윤석열 정부의 원전 수출 정책이 잇따라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8월 현 정부 들어 첫 원전 수출이 성사된 데 이어 10개월 만에 두 번째 수출 계약이 체결됐다.
이 추세라면 핵심 국정과제인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한수원, 루마니아서 2600억 규모 원전설비 수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2600억원 규모의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TRF) 건설 사업을 따냈다. 원전 단일설비 수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과 코스민 지타 루마니아 원자력공사 사장은 27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만나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8월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에 이어 이번 정부 들어 두 번째 원전 관련 수출 건이다.
이번 사업은 2021년 6월 루마니아 측에서 1차 입찰 공고를 냈지만,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 입찰 방식에 제동을 걸면서 취소됐다. 이후 한수원이 지난해 10월 재입찰에 응하면서 최종 계약까지 이어졌다.
루마니아가 신규 원전 2기(3·4호기) 신규 건설과 기존 원전의 현대화 사업을 계획 중인 만큼 추가 수주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정부 측은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K원전 10기 수출 달성'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고 있다.
황주호 사장은 "이번 사업은 엔지니어링부터 구매, 건설까지 총괄 수주하는 최초의 계약"이라며 "앞으로 유럽에 150~200기의 소형모듈원전(SMR)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도 있어 이번 수주가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집트·폴란드 등 잇단 성과, 美 딴지는 부담
친(親)원전 정책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 들어 원전 관련 수출 성과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수원이 수주에 성공한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는 기자재 공급과 건물, 구조물 건설을 모두 책임지는 방식이다. 엘다바 프로젝트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약 13년 만에 일궈낸 원전 분야 수출이다. 한수원은 지난 1월 현장 인력을 이집트에 파견한 데 이어 8월부터는 1호기 터빈 건물 착공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폴란드 원전 수출도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한수원은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에 한국형 가압경수로(APR1400)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폴란드 민간 발전사 제팍에 원전 2단계 사업의 개발 계획을 전달했다.
이 밖에 아르헨티나, 인도 등 8개국이 현재 신규 원전 사업을 추진 중이거나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주 예정 원전 수는 총 25기로 사업 금액만 187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다만 한수원이 입찰한 체코 원전 사업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법적 분쟁에 휘말리며 수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가압경수로에 자사 기술이 적용돼 한국이 독자적으로 원전을 수출할 수 없다며 지난 4월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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