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이 신라면 가격을 인하한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새우깡 가격 인하는 출시 이후 처음이다.
당시 농심은 신라면 등 주력 제품 가격을 2.7∼7.1% 인하했고, 삼양식품은 삼양라면 등 5개 제품 가격을 최대 6.7% 내렸다.
삼양식품도 곧바로 이날 오후 12개 제품에 대한 라면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진라면 제조사인 오뚜기는 인하율은 결정하지 못했지만, 7월 중으로 라면 주요 제품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팔도는 검토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팔도 관계자는 라면 가격 인하와 관련해 “계속 검토 중”이라며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팔도는 지난해 10월 일부 라면제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당시 팔도비빔면 가격은 공급가 기준 9.8% 오르며 편의점 판매가격이 약 1000원에서 1100원대로 올랐다.
지난해 농심이 9월에 가장 먼저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했다. 라면업계의 특성상 바로 다음 달 팔도와 오뚜기가 제품 가격을 9.8%, 11.0% 각각 인상했고, 삼양식품은 11월에 라면 가격을 평균 9.7% 올렸다.
라면업체들의 가격 인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추 부총리는 지난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지난해 9~10월 (라면 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이 내린 만큼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주 국제 곡물 가격 하락을 이유로 기업들에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한 것이다. 이에 소비자 단체들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국제 밀 선물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해 5월 t당 419달러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 300달러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 밀 선물가격은 t당 243달러로, 지난해 5월의 58%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날에는 농림축산식품부까지 나서 제분업계에 밀가루 가격 인하를 요청했다. 농식품부는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제분업체 7곳과 간담회를 열고 밀가루 가격 안정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따라 식품기업들은 올해 가격 인상 계획을 보류해왔다.
풀무원샘물은 지난 3월 생수 출고가를 5% 올리려다 가격을 동결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고, CJ제일제당도 3월부터 고추장과 조미료 제품의 편의점 출고가를 최대 11% 인상하려다 철회했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등 주류업체들도 주정과 주세 인상 등에도 소주와 맥주 가격을 추가 인상없이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 5월 라면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월보다 13.1%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2월(14.3%) 이후 최고”라며 “정부의 가격 인하 권고에 업계가 고통 분담 차원에서 화답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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