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이날 일본 재무성에서 열린 한·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통화스와프 복원에 합의했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등 비상 시에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사전에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빌려오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다.
이번에 재개되는 한·일 통화스와프는 원화와 엔화 기반이 아니라 달러화를 주고받는 '달러 베이스'로 이뤄졌으며, 지난 2015년 2월 종료 당시와 같은 규모인 100억 달러로 체결됐다. 100% 달러 스와프의 경우 한국이 원화를 맡길 경우 일본이 달러화를 빌려주고, 일본이 엔화를 제공하면 한국 역시 달러화를 빌려주는 방식이다. 위기 도래 시에 달러 확보가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은 2001년 7월 처음으로 20억 달러 규모로 통화스와프를 맺은 뒤 2011년 11월 700억 달러까지 규모를 늘렸다. 하지만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요구' 발언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2015년 기한 연장 없이 중단됐다.
달러 기반의 통화스와프 체결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 한·일 통화스와프를 시작했을 때도 100% 달러 스와프였다. 이후 30억 달러 상당의 원·엔화 스와프가 체결된 2005년 5월을 제외하면 모두 달러가 섞인 '하이브리드' 형태로 진행됐다.
기재부는 "통화스와프 규모보다는 8년 만에 복원됐다는 사실 자체가 더 큰 의미"라며 "한·일 관계가 금융 협력 분야에서도 복원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재무·금융 분야 협력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한 논의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과 일본이 8년 만에 통화스와프를 재개한 것은 매우 의의가 크다"면서 "이번 스와프 체결로 한국은 금융 안전망을 한층 강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봤다. 정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는 외환 부문의 펀더멘털이 양호한 상황이라 (통화스와프를) 재개한다고 원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짚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