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주택시장 아직 냉온탕 오가는데...후끈 달아오른 '한남5·노량진1' 수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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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롬 기자
입력 2023-06-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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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찾은 용산구 한남5구역 일대 골목 풍경 [사진=박새롬 기자]

29일 찾은 용산구 한남5구역 일대 골목 풍경 [사진=박새롬 기자]

"벌써 오늘 오전에만 두 곳이 왔다 갔어요. 5~6곳 건설사에서 일주일에 1~2번씩 꼬박꼬박 찾아옵니다. 우리 구역이 대한민국 최고의 단지가 될 곳인 만큼 어떤 시공사와 함께하게 될지 기대가 큽니다.” (한남5재정비촉진구역 조합 관계자)

최근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선별수주 움직임에도 하반기 강북권 '재개발 대어' 한남5구역과 노량진1구역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서울 핵심 입지와 대표적인 고급 주거단지라는 상징성, 사업성이 뛰어난 곳들 위주로 건설사들이 ‘선택과 집중’에 나서려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29일 찾은 한남5구역과 노량진1구역 현장은 대형건설사들의 물밑작업이 한창 진행되는 분위기였다. 최근 건설사들이 강남·과천 등 알짜 사업지에서조차 수주를 포기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잇따르며 옥석 가리기에 심화하는 와중에도 해당 지역에선 조합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비공식 홍보와 비방전 등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남5구역 조합은 7곳에 달하는 건설사 직원들의 방문에 사무실 문턱이 닳아 없어질 지경이다. 조합 관계자는 "오늘 오전에만 삼성물산, 현대건설에서 다녀갔다"며 "주요 5곳 정도 건설사들이 각자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꼭 찾아온다"고 전했다. 현재까지는 DL이앤씨와 현대건설,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꾸준히 눈도장을 찍고 있고, 최근에는 SK에코플랜트와 현대엔지니어링까지 찾아와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노량진1구역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곳곳에는 1군 건설사들의 홍보책자와 여러 아파트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종이컵 등 물품이 쌓여있었다. 한 중개업소 앞에는 '서남권 최고의 뉴타운'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GS건설의 현수막이 붙어있기도 했다. 조합 관계자는 "삼성물산, GS건설 등에서 조합에 최소 일주일에 2~3번씩은 방문한다"며 "한 건설사는 주민들과 개별적으로도 연락을 하고, 조합원인 공인중개사들과 자주 접촉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도 "일주일 전에도 건설사 직원 2~3명이 함께 다니며 중개업소 몇 곳을 드나들더라"며 "두 건설사가 서로 선정되려고 비방전까지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9일 동작구 노량진1구역 일대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있는 건설사 홍보물 [사진=박새롬 기자]

29일 동작구 노량진1구역 일대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있는 건설사 홍보물 [사진=박새롬 기자]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에 조합 집행부는 최근 건설사들에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시공사 선정 공고가 나기 전부터 물밑작업이 과해지면 조합원들 간 분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노량진1구역은 최근 사전홍보 지속한 건설사에 주의를 당부하고, 홍보공영제 지침 준수를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홍보규정 위반사항이 3회 적발되면 입찰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 

한남5구역도 마찬가지다. 윤원기 한남5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은 "아직 초기단계인데 시공자들이 너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조합원들과 개별 접촉해 분란을 일으키고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자제하라고 한 상태"라며 "그런데도 시공사 직원들이 여전히 주민들을 만나러 다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시가 다음 달부터 서울시 내 정비사업장의 시공사 선정 시기를 기존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기기로 하면서, 이 같은 대어급 사업장에서는 수주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남5구역과 노량진1구역 외에도 서초구 신반포2차와 신반포4차 재건축, 송파구 잠실우성1·2·3차와 잠실5단지 재건축 등 알짜 사업장에서 대형사들이 경쟁할 전망이다.

서울에서도 노른자로 꼽히는 정비사업장인 만큼 주민들의 기대감도 크다. 한남5구역 조합 측은 "우리 주민들은 국내 최고의 단지로 만들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설계, 자재 등 모든 부분에서 최고를 지향한다. 기왕이면 도급순위 5위권 내 건설사 브랜드면 더 좋지 않겠냐"고 했다. 노량진1구역 조합 측은 타 정비구역보다 우수한 아파트·상가 디자인, 복층형·테라스형 ·펜트하우스 등 서울 내 최고 수준으로 특화설계를 진행할 방침이다. 

현재 한남5구역은 한남뉴타운 타 구역의 사례를 참고하며 시공사 선정 계획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건축심의 신청 후 일부 계획구역의 층수 완화 내용을 협의하는 단계다. 지난 3월 초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노량진1구역은 현재 대안설계, 마감재 기준 등으로 구청과 협의 중이다. 하반기 중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게 목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한남5구역이나 노량진1구역은 각 재개발 지역 내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대장지역으로 1군 건설사들 모두 수주를 위해 자원과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시공사 선정 시기가 빨라지며 선별수주 기조가 더 심화할 텐데, (한남5구역이나 노량진1구역 등) 한강변이나 강남권 노른자 지역들은 걱정이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남5구역 조감도 [사진=박새롬 기자]

한남5구역 조감도 [사진=박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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