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시된 회계감사에서 5년째 의견거절 또는 한정 의견을 받았다. 자금거래에 대한 적절한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러던 재향군인회가 올해 회계감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적정 의견을 받았다. 재향군인회는 “회계 분야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아주경제가 29일 최근 5년치 재향군인회 재무제표에 대해 복수 회계사 의견을 종합해보니 회계사들은 재향군인회의 재무제표가 여전히 불친절하고 불투명해 보이는 부분이 많다고 진단했다.
회계연도 간 재무제표 작성 방법이 상이해 비교가능성이 결여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가보훈부가 재향군인회에 실시하는 정기감사에서 회계 관련 지적이 매년 반복되고 있어 내부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재향군인회 재무제표를 살펴본 회계사들은 재향군인회의 재무제표가 “불친절하고 불투명하게 보이는 부분이 많다”는 평가를 공통적으로 내놨다. 회계사들은 거래 실질을 반영하는 중요 정보가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재무제표의 경우 각 계정과목 별 재무제표의 합계가 함께 나열된 공익목적사업·기타사업의 합과 많게는 4000억원 넘게 일치하지 않는데 재무제표에 그 이유에 대한 아무런 배경 설명이 없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지난해 기준 재향군인회의 장기차입금은 공익목적사업 21억원, 기타사업 4935억원으로 단순 합하면 4956억원이지만 함께 표시된 통합(합계)에는 511억원으로 표시돼 있다. 보조금수익도 기타사업 부문 표기 없이 공익목적사업에만 346억원으로 표기돼 있는데, 총합에는 195억원이라 표시됐다. 2020년과 2021년 재무제표도 숫자는 다르지만 각 계정 과목 별로 비슷한 규모의 차이를 보였다.
재향군인회의 재무제표 상 공익목적·기타사업 합과 총액(통합)간 차이가 나는 이유는 내부거래액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익법인회계기준은 공익법인이 공익목적사업과 기타사업 간 내부거래가 있을 경우 합계에서 해당 거래를 총액에서 제거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전문가들은 “공익법인회계기준은 규모가 작고 순수 공익사업만을 영위하는 대다수 공익법인을 기준으로 제정된 측면이 있다”며 “재향군인회처럼 다양한 수익사업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큰 규모의 내부거래가 발생 되는 경우는 전체 공익법인 중 예외적 사례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재향군인회는 근거법에 의해 설립된 공익법인이지만 전국 읍면동까지 조직이 있을 정도로 규모가 비대하고 향군타워·휴게소·복권 등 여러 사업부에 걸쳐 수익 사업을 영위, 다른 공익법인과 달리 내부거래 건수가 많고 금액도 상당해 대부분의 공익법인과 큰 차이가 있다.
재향군인회는 장기차입금 등 부채에 대해 2007~2008년 향군타워의 PF투자손실 관련 직영사업체간 거래에 대한 대손충당금(미처리이익잉여금) 4170억원이 내부거래에 포함돼 세부 사업의 합과 총합계 간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조금수익 내부거래로 본부보조금 83억원, 시도회보조금 68억원이 계상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회계사들은 이에 대해 다른 공익법인과 달리 재향군인회의 사업구조가 복잡하고 내부거래 건수와 규모도 큰 만큼 중요 내부거래에 대해선 재무제표 주석에 구체적 설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익법인 전문 A 회계사는 “부채의 경우 세부 사업 합과 총 합계간 4000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며 “이러한 차이는 통상적 공익법인 재무제표에서는 보기 어렵다. 금액이 크고 중요한 내부 거래에 대해선 회계 정보이용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주석에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B 회계사 역시 “금액이 상당히 큰데 이 금액이 모두 내부거래로 발생했는지 의심이 들 여지도 있다”며 “당연히 중요 거래에 대해선 주석에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 회계연도간 재무제표 작성 방식 달라…비교가능성 저해
회계사들은 재향군인회가 작성한 재무제표가 연도별로 일관성이 없고 비교가능성이 결여된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이전 재무제표와 그 이후 작성된 재무제표간 내부거래를 처리하고 각 사업별 총합을 내는 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8년 재향군인회 재무제표는 2020년 이후 작성된 재무제표와 달리 장기차입금 계정의 총합과 공익목적·기타사업의 합계가 일치했다. 내부거래를 처리하는 방식이 회계연도별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재향군인회가 설명한대로 향군타워 PF손실 관련 내부거래 문제는 2008년 경부터 발생했기 때문에 2018년 공익법인회계기준 실시 후 작성한 재무제표는 내부거래 제거 관련 작성 방식이 같아야 하는 것이 이치 상 맞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모 회계법인의 C 파트너 회계사는 “재무제표 작성에 있어 비교가능성이란 목적적합성, 적시성 등과 함께 재무제표의 정보가 이용자에게 유용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필수적 요소 중 하나”라며 “당기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특정 사유로 전기와 비교가능성이 저해된다면 회계기준에 따라 그 중요성을 고려하여 전기 재무제표를 재작성해 다시 공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 보훈부 감사서 매년 반복되는 회계 지적사항
국가보훈부의 정기감사에서 매년 회계 지적사항이 반복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본지가 최근 5년간 국가보훈부가 진행한 재향군인회의 정기감사 결과 보고서를 검토해 보니 대부분의 시정, 경고 등 조치 사항이 회계나 예산·자금관리 부문에 집중됐다.
지난달 공개된 2022년 후반기 보훈단체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보훈부가 재향군인회에 대해 지적한 3건 중 전부가 회계 관련 사항이었다.
구체적으로 재향군인회는 수익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지출증빙서류를 미비했다는 이유로 시정 조치를 받았다. 경조사비, 우수직원 포상금 등 현금을 지급하면서 증빙자료가 구비되지 않아 경고 조치도 받았다. 시·도회와 시·군·구회간 거래 등 산하 각급회간 발생한 내부거래 금액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직영사업체와 본회·각급회 또는 직영사업체간 재화․용역 거래에 대한 거래내역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2021회계연도 재무제표 작성 시 관련 채권·채무나 수익·비용이 제거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았다.
재향군인회의 회계나 예산 관련 지적은 매년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2018년에는 광고대행비 집행관련 규정위반, 접대비 및 상품권 관리 미비, 직영 및 산하 기업의 회계감사 의견거절 문제를 지적받았다. 2019년에는 결손누적 등 재무상태 개선 요구가 나왔다. 2020년에는 보조사업비 회계연도 미준수, 국가보조금 집행과 정산 과정의 부적절성, 운영비 현금지출 규정 미준수 등이 적발됐다. 2021년에는 출장여비 집행과 회계처리의 부적절, 퇴직급여충당부채 과소 계상 등이 지적됐다.
◇ 재향군인회 “내부거래 주석공시 하겠다…재무제표 신뢰성·정확성 위해 노력할 것”
재향군인회는 회계 결산 인력 충원과 외부 자문 회계사를 통해 재무제표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향군인회 관계자는 “관련 지적을 받아들여 앞으로 중요 내부거래에 대한 설명을 재무제표 주석에 달아 회계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재향군인회를 관리·감독하는 국가보훈부 역시 재향군인회의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국가보훈부는 구체적으로 국가보훈부·재향군인회·외부전문가 TF를 추진해 단체 회계 담당자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내외부 전문가 지원을 통한 회계시스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재향군인회 예산 및 결산, 재무·회계 전반에 대한 감독권 강화를 위한 재향군인회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서 의결됐다”며 “재향군인회 회계 및 운영 투명성에 대한 임원 책임 강화, 수익사업 관리·감독 체계 정비, 재무·회계에 관한 운영 규칙을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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