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본의 공습] '넘치는 M&A 매물' 국내자본 돈 없어 포기···입맛 다시는 해외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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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3-06-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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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적해운사·식음료 업체 등 시장에 나와

  • 고금리 등 여파···인수 자금 마련 어려워

  • JP모건 등 글로벌 큰손들 잇단 입찰 참여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고 투자금 회수에 나선 사모펀드들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국적해운사, 국가기간산업, 식음료, 금융업 등 다양한 분야의 매물이 시장에 나왔지만 이를 사겠다고 나서는 국내 자본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인수금융 조달을 위한 금리가 2년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지난 5년간 급격히 증가한 대기업 대출 잔고로 현금이 부족한 금융권이 돈줄을 조이기 시작하면서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한진해운, 아시아나항공 사태 등을 겪은 금융권이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에서의 M&A 투자를 극도로 피하는 상황이다. 금융권이 지갑을 닫는 동안 거대 해외자본이 국내 M&A 시장을 점령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5~7% 수준이던 민간 금융사의 인수금융 금리는 올해 들어 9~13%까지 증가했다. 중견기업의 구조금융을 민간으로 조달할 경우에는 법정 최고 이율을 제시하는 곳도 나타났다.

국내 기업을 인수하고자 하는 국내 자본이 제시하는 인수금융 금리는 9% 수준이지만, SI(전략적투자자) 등을 통해 자금을 대는 금융권은 최소 11~13% 이상의 금리를 요구하면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괴리가 크다는 것이 IB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본입찰을 앞두고 기업 실사 중인 폴라리스쉬핑 매각 건이다. 앞서 예비일찰을 진행한 폴라리스쉬핑은 우리PE(사모펀드), JP모건, 중국 해운사 코스코 등을 적격 인수 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했다. 우리PE는 JP모건, 코스코보다 높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파악됐다. 

제시금액만 보면 국내 자본인 우리PE의 인수가 확실해 보이나 인수자금을 제공하는 SI가 나타나지 않아 애를 먹는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PE는 컨소시엄 형태로 폴라리스쉬핑을 인수하길 원하지만 SI 참여 의사가 있는 금융권이 11%에 육박하는 이율을 제시하면서 자금조달이 난항을 겪게 된 것이다. 반면 JP모건과 세계 3위 해운사인 중국의 코스코는 인수금융 없이 자체 보유금액만으로 폴라리스쉬핑 인수에 나선 상황이라 낮은 가격에도 인수전에서는 유리한 상황이다.

폴라리스쉬핑은 매각 과정에서 주요 채권단의 채권 만기일을 연기하기 위해 증권사 등과 구조금융을 논의한 바 있는데 당시 일부 금융사들이 17%의 이율을 제시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또 다른 예로 이달 초 본입찰을 진행한 현대LNG해운의 경우 당초 쇼트리스트에 외국기업만 5곳이 이름을 올렸다가, 최근 HMM이 3000억원의 입찰가를 써내고 인수전에 참여했다. 지난해 현대LNG해운의 대주주이자 매각 주체인 IMM PE가 제시한 기업가치는 4600억원 수준이다. 현대LNG해운의 경우 이미 실사를 마친 상황이라 입찰에 참여한 해외자본은 4000억원 이상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IMM PE와 HMM이 지속적으로 가격협상을 하고 있으나, 올해 들어 급격히 악화한 해운시황과 함께 재무구조 안정을 꾀하는 HMM 측이 인수전에 적극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골프존카운티, 롯데카드, SK해운, 롯데손해보험, 버거킹, 맘스터치, 매드포갈릭, 쌍용레미콘 등 M&A 매물이 시장에 나왔지만 인수 의향을 밝힌 국내 자본은 찾기 힘들다. 이 역시 인수금융 조달에 대한 금리가 높고, 금융권 문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매물로 나온 이들 기업은 5년 전 저금리 시황 또는 10년 전 금융위기 후폭풍 등 여파로 PE에 넘어간 기업으로 채권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투자금 회수를 위해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국내 M&A 시장의 위축으로 인해 거대 해외 자본만 관심을 두고 있어 국내 기업의 해외자본 줄매각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M&A 시장 규모는 2021년 134조1000억원에서 금리 인상이 시작된 지난해 78조700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해운사나 시멘트 등은 국가 주요 산업으로 정부 차원에서도 국내 자본의 인수를 적극 독려하고 있지만 인수금융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SI를 구하려고 하면 11~13% 이상의 이율을 제시하거나 아예 관심도 없는 경우가 많다. 금리가 높아 안전자산에만 투자하려는 금융권의 보수적인 태도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금융가의 오피스빌딩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금융가의 오피스빌딩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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