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입주권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분양권 전매제한 등 규제완화 효과에 최근 신축 아파트 분양가 상승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회에 계류 중인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이 통과될 경우, 수요 심리가 자극돼 분양·입주권 거래가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분양·입주권 거래량은 80건으로 4월 55건 대비 45.45%(25건) 늘었다. 2020년 12월(82건)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기 지역도 5월 931건의 분양권 거래량을 기록하면서 2021년 2월(923건)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전매제한 등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이 분양·입주권 수요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공공택지·규제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은 3년, 서울 전역이 포함되는 과밀억제권역은 1년, 광역시 도시지역은 6개월로 전매제한 기간을 대폭 완화했다.
수요가 늘자 분양권 거래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올해 1~6월 거래된 서울 아파트 분양권 39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들 분양권은 평균 10억3152만원에 매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초 분양가보다 평균 14% 오른 가격이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한양수자인그라시엘’(1152가구) 전용면적 84㎡ 분양권은 지난달 14억1485만원에 거래됐다. 2019년 당시 분양가가 8억원 후반에서 11억원 사이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소 3억원 넘는 프리미엄이 붙었다.
동작구 ‘흑석리버파크자이’(1772가구) 전용 59㎡ 분양권은 지난달 11억5000만원에 손바뀜되면서 3년 전(6억원 후반~7억원 초반) 분양가보다 4억원 넘게 올랐다.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전용 84.993㎡ 분양권도 지난달 20일 2019년 7월 분양가(10억530만원)보다 4억9000여만원(49%) 오른 14억9556만원에 매매됐다.
이른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 단지로 불리는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전용면적 84㎡ 입주권은 지난달 2일 18억56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일반분양 당시 분양가가 12억~13억원에 책정된 것과 비교하면 5억원 가까이 높은 가격이다.
둔촌동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둔촌주공의 경우 지금 전용 84㎡의 호가가 19억원까지 올라갔다"며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조만간 20억원을 넘어서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점도 분양·입주권 거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원자잿값·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로 분양가 오름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요가 분양·입주권으로 쏠렸다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106만6200원으로 평당 3100만원을 돌파했다.
시멘트 업계가 다음 달부터 벌크시멘트 가격 14% 이상 인상 등을 예고하면서 주택 공사비 증가로 인한 분양가 인상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전매제한 완화 이후 분양·입주권 거래에 대한 부담이 낮아졌고, 최근 분양가 인상이 계속되면서 관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실거주 의무 폐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만큼 지금보다 더욱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리서치연구원은 "앞으로의 흐름에 있어선 실거주 의무 폐지가 관건"이라며 "실거주 의무 폐지를 염두에 두고 거래에 나선 수요들이 많기 때문에 실거주 의무가 풀리면 분양·입주권 거래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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