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가 왜 후쿠시마 때문에 싸우나? 대화ㆍ타협 실종 지방정치의 민낯 보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경산)김규남 기자
입력 2023-07-03 17:3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의장은 의원에게 물리력을 행사해 제지하고 의원은 대화와 타협을 무시한 무대포발언으로 둘다 피장파장… 중앙정치권 개입의 조짐도 보여

민주당 경북도당 관계자들과 민주당소속 경산시의원들이 박순득의장의 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김규남 기자]
민주당 경북도당 관계자들과 민주당소속 경산시의원들이 박순득의장의 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김규남 기자]
지난달 29일 경북 경산시의회 임시회의 파행의 여파가 지역 정치권을 넘어 중앙 정치권으로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산시의회 임시회의 의원 5분 발언 당시 더불어 민주당 이경원 경산시의원이 ‘후쿠시마 원전’에 관한 발언을 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 의원이 후쿠시마 원전사태에 관해 지난 2021년 경산시의회의 결의문을 낭독하는 순간 박순득 경산시의장이 제지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수단을 동원해 이경원 의원을 끌어내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양재형, 이경원 의원 등은 서울 중앙당사로 찾아가 경산시의회 의장에 의해 저질러진 ‘의회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에 대해 보고하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는 형국으로 퍼져 나갔다.
 
삭발하는 양재형 경산시의원[사진=김규남기자]
삭발하는 양재형 경산시의원[사진=김규남기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다수 당인 경산시의회를 규탄하고 이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3일 기자회견을 갖고 그간에 퍼져있는 무수한 말들이 과장 되고 거짓임을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기자회견에 앞서 박순득 의장은 입장문에서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이경원 의원의 5분 발언은 사전에 의장 단과 협의를 통해 주제를 정하는 것이 경산시의회 운영 규칙 상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의원이 사전 조율 되지 않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의 건을 거론하고 낭독하지 않기로 돼 있는 과거 과학적인 근거 없이 피상적인 면만 보고 오로지 애국심에 앞서 채택한 2021년 결의문을 낭독한 것과 의장의 제재를 무시하고 낭독을 강행한 것은 의회의 기강 문란 차원에서 윤리위원회에 회부 하겠다”며 “일의 선후에 관계없이 의회 운영에 불협화음이 일어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제외한 경산시의원들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이번 “후쿠시마 원전 방류수 사태를 광우병 사태를 연상시키는 괴담 수준으로 유포 시켜 수산물의 소비를 급감 시키며 어민과 수산물 판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계를 위기 상황에 몰아넣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이제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국제원자력기구에서도 안전하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더 이상 국민의 생활을 불안하게 하지 말고 민생의 대의에 동참하라”며 더불어민주당의 행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이경원 경산시의원은 “먼저 이번 사태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고, 시민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발언은 박 의장과 사전 교감이 있었다. 사전 원고를 의회 직원들을 통해서 전달했다. 그 합의를 깬 건 박 의장"이라며 "이번 박 의장의 행위는 의회민주주의의 폭거이며 권한남용으로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진심 어린 사과와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며 계속 투쟁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원들의 기자회견에는 임미애 도당위원장과 민주당 관계자들이 나와 양재형, 이경원 두 시의원의 삭발식에 참석해 박순득 경산시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격렬하게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 소속 의원을 제외한 경산시의원들이 입장문을 발표하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사진=경산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을 제외한 경산시의원들이 입장문을 발표하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사진=경산시의회]
대구 경북지역의 한 헌법학자는 이번 경산시의회 사태에 대해 “이것은 민주주의의 미성숙에서 오는 불협화음이다”며 “민주주의는 실체도 중요하지만 절차도 중요하다.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du process’와 대화와 타협의 원칙을 지키지 않아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 차근차근 뜯어보면 양측 다 잘못이 있다. 발언 중인 의원에 대해 물리력을 사용해 퇴장 시키는 것이나, 대화와 타협에 의해 지탱 되고 있는 의회의 근간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 시키는 것은 제도권 정치에서는 터부시되는 행동이다. 양자 모두 성숙한 자세로 시민들의 대의자로서 거듭나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산시 중산동에 사는 A씨는 "전에는 돈 봉투사건으로 경산의 이름에 먹칠하더니 이번에는 의회 파동으로 경산시의 이름에 수모를 안기는 것 같다.“정말 경산시민으로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다"라며 "왜 경산시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문제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치권의 당리당략을 앞세운 정쟁으로 어민과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기아선상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산에는 경산만의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시의원이면 시의원들 답게 경산시의 문제에만 신경 써라"면서 "그렇게 중앙의 문제를 다루고 싶으면 서울 가서 정치하면 된다. 경산을 추악한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