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산 양극화] 쏟아지는 한전채·은행채···최상위등급 회사채에 수요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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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3-07-05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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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자금 조달 편차도 심화

올해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 속에서 한전채·은행채 등 초우량 채권(신용등급 AAA) 발행이 늘어나면서 기업 자금 조달도 양극화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동성 공급이 시원치 않은 상황에서 초우량 채권에 버금가는 최상위 기업 회사채에만 관심이 쏠리고 비우량 기업에 대해서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등 온도 차가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4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전채와 은행채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은 올해 1월부터 5월 말까지 10조3500억원을 발행해 운영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초우량 채권 발행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말 말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채권시장 자금 경색 우려도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신용등급 AAA급 최우량 채권인 한전채와 은행채가 일반 회사채로 가야 할 수요를 전부 흡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반기부터는 주택저당채권(MBS)을 비롯해 작년 채권 시장 안정화를 위한 금융당국의 발행 제한으로 발행이 저조했던 은행채 발행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전채에 더해 초우량물발 수급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달부터 연말까지 작년 수준으로 세금이 걷힌다고 해도 올해 20조원 안팎 세수 결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신용등급이 매우 높은 최상위 기업 회사채에만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신용등급 AA)은 지난달 3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자금이 6배가량인 1조7300억원 모였다. 비슷한 시기 2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SK텔레콤(AAA) 역시 1조원 넘는 자금이 몰렸다.

반면 최상위권에 속하지 못한 기업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1분기 삼척블루파워(A+)는 2250억원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80억원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비슷한 시기 수요예측을 진행한 현대차증권(AA-)도 모집액 1000억원을 채우지 못해 미매각이 발생했다.

이들은 신용등급 'A+' 이상인 우량 기업으로 평가받았으나 초우량 기업으로는 꼽히지 않았기에 고배를 마셨다. 2분기에도 GS엔텍(A), 쌍용C&E(A) 등도 일반 중소기업보다 훨씬 높은 신용등급으로 평가받았음에도 수요예측에 실패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초우량물 발행이 단기간 집중돼 금리 격차(스프레드) 확대가 예상된다"며 "문제는 하위등급 회사의 조달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인데 대기업들도 발행을 재개하고 있어 등급별 양극화 흐름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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