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 경험자 10명 중 9명은 가족이나 경찰에 도움을 청한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정폭력을 처음 당한 시기는 결혼·동거 후 5년 이후가 가장 많았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만 19세 이상 남녀 9000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2022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가정폭력 실태조사는 2004년부터 3년마다 실시하는 법정조사다.
'결혼·동거 5년 후' 가정폭력 첫 노출
지난 1년간(2021년 8월~2022년 7월) 신체적·성적·경제적·정서적 폭력 중 하나라도 경험한 비율은 7.6%로 2019년 조사 때보다 다소 줄었다. 성별로는 여성 9.4%·남성 5.8%로 역시 2019년(여성 10.9%·남성 6.6%)보다 감소했다.
여성은 정서적 폭력 6.6%, 성적 폭력 3.7%, 신체적 폭력 1.3%, 경제적 폭력 0.7% 순으로 피해 경험(중복응답)이 많았다. 같은 기간 남성은 정서적 폭력 4.7%, 신체적 폭력 1.0%, 성적 폭력 0.8%, 경제적 폭력 0.2% 순이었다.
폭력 피해를 처음 당한 시기는 여성(37.4%)과 남성(57.3%) 모두 '결혼·동거 후 5년 이후'가 가장 많았다. '결혼·동거 후 1년 이상 5년 미만'(여성 36.0%·남성 24.7%)이 그 뒤를 이었다.
폭력 발생 당시 별다른 대응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응답자는 53.3%로 2019년 조사(45.6%) 때보다 늘었다.
대응을 안 한 이유는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25.6%), '내 잘못도 있다고 생각해서'(14.2%), '배우자·파트너이기 때문에'(14.0%), '그 순간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해서'(12.9%)라고 답했다.
폭력 발생 후에 가족이나 경찰 등 외부에 도움을 청한 경험이 없는 응답자가 92.3%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2019년 조사(85.7%)보다 증가한 것이다.
외부 도움을 청한 응답자의 주된 요청 대상은 가족이나 친척(3.9%), 이웃이나 친구(3.3%)였다. 여성긴급전화1366(1.2%), 경찰(0.8%), 가정폭력 상담소·보호시설(0.3%) 등 전문 지원기관 요청은 많지 않았다.
피해자 지원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로는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36.9%), '그 순간만 넘기면 되어서'(21.0%), '부부·파트너와 알아서 해결할 일인 것 같아서'(20.5%)가 꼽혔다.
이혼·별거·동거 종료 등 이별 경험자 가운데 폭력 피해를 당한 경우는 50.8%로, 혼인 또는 동거 중인 응답자의 평생 폭력 피해 경험(14.3%)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이별 후 직접적인 스토킹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9.3%로 2019년 조사(20.1%)보다 줄었다.
폭력 피해자와 함께 사는 아동은 4명 중 1명(24.2%)꼴로 폭력을 인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동폭력 줄었지만 노인폭력 늘어
지난 1년간 만 18세 미만 아동을 양육하는 응답자 가운데 11.7%는 아동에게 폭력을 행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019년(27.6%)보다 감소한 수치다. 반면 배우자·파트너의 아동폭력 가해 경험은 25.7%로, 관련 경험이 없다(10.5%)는 응답자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노인폭력은 아동폭력과 달리 증가했다. 만 65세 이상 응답자 중 지난 1년간 자녀·사위·며느리 등에게서 폭력 피해를 본 경험은 4.1%로 2019년(3.8%)보다 늘었다.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는 '가정폭력은 가정 안에서 해결해야 할 개인적인 문제다'라는 질문에 대한 부정 응답(전혀 그렇지 않다·그렇지 않은 편이다)이 79.5%로 2019년(81.5%)보다 소폭 줄었다.
'이웃의 아동학대를 목격하면 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답한 비율은 95.5%로 '이웃의 부부간 폭력을 목격하면 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87.9%)는 응답보다 높게 나타났다.
여가부는 "가정폭력에 노출된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해 아동학대 전문기관과 연계를 강화하고, 추가 지원 정책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또한 "기존에 스토킹 피해자에게 지원하는 임대주택 등 주거지원을 교제폭력 피해자까지 확대해 폭력에 대한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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