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금융지주가 이달 2023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향후 중점추진과제 설정에 나선다. 역대급 실적을 뒤로하고 금융권 전반에 걸친 부실 리스크와 충당금 이슈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등 위기 대응능력 강화와 지주사 차원의 미래 청사진 마련이 주요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는 신한금융지주가 첫 물꼬를 텄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신한금융 창립기념일(7월 7일)을 앞두고 지주 경영전략회의 성격인 ‘신한문화포럼’을 개최한 것이다. 지난 3월 공식 취임 이후 100여 일 만에 강연자로 나선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재무적 1등보다 고객에게 인정받는 것이 진정한 일류”라며 고객 중심 경영을 강조했다.
진 회장은 특히 고객 신뢰 제고를 위해 그간 금융사고에 대한 반성과 내부통제제도 강화 필요성을 천명했다. 진 회장은 이 자리에서 “투자상품 사태로 인한 뼈아픈 반성 속에 한 단계 높은 내부통제를 기반으로 고객과 사회에서 인정받아야 한다”면서 “철저한 내부 견제와 검증을 위해 ‘내부통제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를 법률 통과 후 조기에 도입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란 금융회사 내 각 임원별 업무책임 범위를 사전에 설정해 두고 만약 시스템적으로 실패했을 때 그 책임을 CEO(최고경영자)에게 묻는 제도로, 영국과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해당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해 금융권 경영문화를 개선하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이날 진 회장 발언은 당국의 내부통제 강화 기조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지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의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취임 2년 차를 맞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국내를 넘어 '아시아 1등' 금융그룹 도약을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위기대응 능력 제고뿐 아니라 비은행 등 계열사 경쟁력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화두로 던질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서도 "14개 하나금융 계열사 중 업권 내 최고인 회사가 몇 개나 되는가"라고 반문하며 "더 늦기 전에 보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NH금융지주의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는 오는 20일로 예정돼 있다. 관료 출신으로 NH금융을 이끌고 있는 이석준 회장은 '100년 농협'을 목표로 타사와 차별화된 새로운 금융서비스 제공과 '초일류 금융그룹 도약'을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 강화 기조하에서 글로벌 진출과 신규 서비스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자회사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기반으로 목표 달성과 지속 가능 경영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