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이 3개월 치 월세를 밀렸다면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받기 어렵다고 정한 상가임대차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9일 상가임대차법 10조의4 제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A씨 2017년 4월 B씨 소유의 경북 경주에 위치한 토지 및 건물에 대해 보증금 5000만원, 월세 300만원을 조건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이후 2년 동안 이곳에서 음식점 영업을 해오던 A씨는 2019년 2월부터 월세 일부를 연체하기 시작했다. 2020년 3월에는 밀린 월세가 약 1000만원에 이르렀다.
A씨는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자 권리금 회수를 위해 B씨에게 신규임차인을 주선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A씨는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반면 B씨는 상가임대차법을 근거로 A씨가 권리금 회수를 주장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상가임대차법은 임차인이 3개월 이상 월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체하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가 보호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그러자 A씨는 소송 과정에서 상가임대차법 조항이 자신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2021년 9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관련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하고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3기에 이르는 차임액을 연체한 후 임대차가 종료된 상황에서까지 임차인이 주선하는 신규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제해 임대인에게 사용수익권의 제한을 감내하도록 하는 것은 일방적으로 가혹하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은 임차인이 가장 기본적이고 주된 의무인 차임 지급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임대인과 신뢰 관계가 깨졌다고 봐 임차인을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양자 간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어 "급격한 경제 상황의 변동으로 임차인이 귀책 사유 없이 차임을 연체한 경우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은 임차인에게 다소 가혹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경제 상황의 변동은 임차인 스스로가 감수해야 할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