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 훈련을 받으면서 제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엄마도 잘 아시잖아요. 엄마가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원하던 일을 해서 여한이 없어요.”
야간비행 임무 수행 중 순직한 고(故) 박인철 소령이 16년 만에 가상 인간으로 돌아와 어머니인 이준신 보훈휴양원장에게 남긴 말이다.
국방부는 5일 인공지능(AI) 딥페이크 기술을 통해 가상 인간으로 복원한 고 박 소령의 모습을 국방TV ‘그날 군대 이야기-고 박인철 소령을 만나다’ 편에서 공개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고인은 1984년 3월 팀스피리트 훈련 중 순직한 아버지 고 박명렬 소령(공사 26기)의 뒤를 이어 공군 조종사가 됐지만 2007년 7월 훈련 중 사고로 순직했다. 그의 나이 27세였다.
박명렬·박인철 부자는 국립서울현충원에 ‘호국부자의 묘’라는 이름 아래 나란히 안장됐다.
충북 청주시 공군사관학교에는 전투기와 한 몸으로 표현된 ‘기인동체’(機人同體)의 흉상이 세워져 이들을 기리고 있다.
국방부에서 AI를 활용해 순직한 장병을 복원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총 6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친 끝에 모자 상봉을 할 수 있었다.
영상은 남편과 아들을 하늘로 떠나보낸 이 원장이 제작진을 만나며 시작된다.
방송에서 이 원장은 “예전에 한 남자가 가상공간에서 죽은 아내와 만나는 모습을 다룬 TV프로그램을 보며 ‘나도 인철이를 저렇게라도 한번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모니터 화면에 등장한 아들이 “엄마 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하자마자 참아 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모니터 속에는 얼굴과 표정, 입 모양까지 생전 모습과 똑같은 20대 청년 박인철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가상인간으로 돌아온 고 박 소령은 이 원장과 10여 분 동안 16년 간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현장에는 고인과 공군사관학교 생도 생활을 함께 했던 김상훈·이두원 중령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 중령은 “이름을 부르는 순간, 정말 인철이가 부르는 것 같아 실제로 만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중령은 “인철이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진심을 다했던 군인이었다”며 “지금도 대한민국 모든 군인들은 인철이와 같은 마음으로 헌신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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