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김포 거물대리, 그린필드로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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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계영 환경부 환경보건국장
입력 2023-07-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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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계영 환경부 환경보건국장 사진환경부
황계영 환경부 환경보건국장 [사진=환경부]

'넓은 큰 집터'라는 뜻의 거물대리(巨勿垈里), 경기 김포시 대곶면에 있는 마을 이름이다. 하지만 그 이름이 무색하게 넓은 터엔 집이 아닌 공장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입주 비용이 저렴하고 교통이 편리해 소규모 공장들이 난립하면서부터, 2011년 800여 명 주민이 살던 마을에 현재는 500여 명만이 남게 됐다.

거물대리 사정을 듣고 보니 케냐대사관에서 환경관으로 근무했던 2009년 상황이 떠오른다. 당시 산업화·현대화가 진행됨에 따라 일자리를 찾아 케냐의 많은 인구가 수도 나이로비로 유입됐다. 케냐 국토의 0.11%에 불과한 면적에 전체 인구의 10%가 살게 됐고, 이런 비계획적인 인구의 도시 유입은 도시 슬럼화와 다양한 환경 문제를 일으켰다. 특정국 또는 특정 대륙만 문제가 아닌 도시 슬럼화와 환경 문제를 우리나라는 물론 야생동물 천국 케냐에서 직접 경험하면서 누구보다 문제 해결 방안을 깊게 고민했고, 그 해결 방안을 '환경재생'과 '환경회복'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필자가 찾고 있던 환경재생과 환경회복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가운데 최근 주목할 만한 변화가 바로 '브라운필드(Brownfield)' 복원 사업이다. 1970년대 미국·영국 등지에서 등장한 브라운필드는 난개발로 인한 환경피해 지역을 의미한다. 환경 피해지역을 복원해 친환경 도시, 즉 '그린필드(Greenfield)'로 재탄생 시키는 시도가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뮌헨 공항 이전 부지에 녹지공간을 조성하고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해 미래지향적 생태 도시를 조성했다. 조선업 몰락의 상징이던 스웨덴 말뫼 지역은 신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함으로써 유럽 최고의 친환경·에너지 자립 도시로 변모했다. 가스 공장 등 산업 폐기물로 오염된 영국 밀레니엄 그리니치빌리지는 강변에서 녹지, 생태공원, 공공공간으로 이어지는 자연환경 네트워크를 조성함으로써 환경 친화 복합단지로 재탄생했다.
 
김포 거물대리 역시 선진 외국에 못지않은 그린필드로 거듭나려 한다. 먼저 환경부는 환경오염 피해 구제급여 선지급 시범사업을 통해 그동안 환경오염피해 입증과 손해배상이 어려웠던 지역주민들을 구제했다. 2019년 지역주민 8명을 시작으로 2023년 현재 196명이 구제 대상자로 인정받아 의료비 등 구제급여를 받고 있다.
 
이에 멈추지 않고 2020년 5월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K-워터), 김포시는 거물대리 환경재생 혁신복합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3년에 시작해 2033년까지 약 11년간 진행될 이번 사업은 재생·회복·순환·포용으로 다시 태어나는 '리:본(Re: Born) 도시'를 기본 구상안으로 삼는다.

그리고 거물대리를 그린 필드로 복원하는 세부 사업에는 영세공장 이전 대책 수립, 오염 토양에 대한 위해성평가·토양정화, 원주민의 안정적인 재정착을 위한 생태 이주단지 조성, 피해 주민 건강증진을 위한 회복센터 설립 등이 담겨 있다. 게다가 지속가능한 친환경 도시 조성을 위해 계획단계부터 수소연료 등 신재생에너지 시설 투자와 열섬 완화, 물 안심 순환, 녹색교통 인프라 구축방안을 수립해 우리나라 도시재생사업 모범사례로 만들 예정이다.
 
'펄펄 끓는 솥의 물이 넘치지 않으려면 찬물을 붓기보다 아궁이의 장작을 빼야 한다'는 말이 있다. 문제의 근본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거물대리 역시 오염원이던 공장을 이전하고 토양을 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 자체가 자연의 일부가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이를 통해 훗날 거물대리가 '넓은 큰 집터'라는 근본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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