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와 전세 시장이 급등과 급락, 역전세난 등 부침을 겪는 사이 월세가격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금리 인상과 맞물려 진행된 ‘전세의 월세화’ 현상에 깡통전세, 역전세난이 더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서울은 주택 평균 월세가격이 10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월세 세입자의 부담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 주택 평균 월세가격은 105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이 올해 2월 발표한 2021년 임금근로자 평균소득 333만원과 비교하면, 월급의 3분의 1을 월세로 내는 셈이다.
아파트의 월세 부담은 다른 주택보다 상대적으로 더 컸다. 지난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보증금은 1억9788만9000원으로 연립다세대(5724만6000원)·단독주택(1억5455만4000원)보다 각각 1억4064만3000원·4333만5000원 높았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은 124만원이다.
최근 5년 동안 보합을 이어갔던 서울 아파트 월세 지수는 2020년 하반기부터 오르기 시작해 2021년 95를 넘어섰고 지난해 100을 기록했다. 올해도 지난 1월 105.59를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급증 추세다. 인천(109.08)과 경기(111.25) 아파트의 월세 지수는 서울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다.
월세의 가파른 상승은 최근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높은 주택을 중심으로 월세 수요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5월 서울 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22만9788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월세 거래량이 11만7176건으로 월세 비중이 51.0%를 넘었다. 서울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부동산정보광장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1~5월 기준) 이후 처음이다.
특히 올해 들어 단독·다가구와 다세대·연립주택의 월세 비중이 크게 늘었다. 지난 1∼5월 단독·다가구 전월세 거래량 6만3009건 중 전세는 1만7237건, 월세는 4만5772건으로 월세 비중이 72.6%에 달했다.
같은 기간 다세대·연립주택 전월세 거래도 전체 5만1776건 중 월세가 2만3941건으로, 월세 비중이 46.2%였다.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구체적인 시세 파악이 어려워 전세사기와 깡통전세의 위험이 많은 단독·다가구, 다세대·연립주택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못 돌려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월세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리가 안정화되면서 전셋값은 계속 하락하고 월세가 크게 올라 월세 부담이 늘어가고 있는 만큼 월세 수요가 지금보다 더욱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확정일자를 받은 전국 주택 임대차 계약 3만5341건 가운데 월세거래는 1만7182건으로, 전체의 48.6%를 차지하며 비중이 다시 절반 밑으로 소폭 하락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고 아파트 시장에서는 여전히 월세보다는 전세의 비중이 60%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월세 비중 상승에는 제한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안전한 전세보증금 반환을 위해 단독과 빌라의 경우 월세 선호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