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하게 불어난 주택담보대출 영향으로 국내 금융권 가계부채가 석 달 연속 증가했다.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가 그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금융당국은 과열을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1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는 주담대가 주도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분 5조9000억원은 6월 중 주담대 증가분(7조원)에 기타대출 감소분(1조 1000억원)을 더한 결과다.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해도 주담대 규모는 3월부터 4개월 연속 확대되며 증가폭을 키우고 있다. 지난 3월 1조원 가량 늘어나며 증가 전환한 주담대 규모는 지난 4월 1조8000억원, 5월 3조6000억원을 거쳐 지난달 6조4000억원 증가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현 가계부채 증가세가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주택거래량이 예년 수준에 못 미치고 주택구입 이외 목적 대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택시장 투기수요로 인한 과열을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논리다. 늘어나는 가계대출보다 주택시장의 지나친 위축과 경착륙에 대한 경계에 방점을 둔 모양새다.
그러나 이처럼 늘어나는 가계부채가 자칫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목적과 상관없이 늘어나는 가계부채로 인해 한은이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을 위해 금리를 유지해 인하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 주담대 용도별 신규취급액은 주택구입 목적 대출금이 9조1000억원, 주택구입 외 목적 대출금은 8조원으로 나타났다. 목적과 별개로 5대은행에서 주담대 신규대출이 17조1000억원에 달했다는 의미다. 타금융기관과 기타 대출항목이 감소해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이 이보다 작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문제가 많지만, 정부가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있어 방법이 없다”며 “지금은 오히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위해 가계대출이 늘어나늘걸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눈치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독배라고는 해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문제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집값이 오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