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또 못 고쳐"…오송 지하차도 사고 피해 키운 '통제 시스템'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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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남가언 기자
입력 2023-07-1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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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오송 궁평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119구조대가 인명검색을 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지닌 15일 충북 오송 궁평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119구조대가 인명 검색을 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폭우 때마다 지하차도가 침수되고 갑자기 불어난 물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민들이 갇혀 사망하는 인명 피해가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15일 운행 중인 차량 15대가 물에 잠겨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도 인재(人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번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는데도 폭우 시 차량 통제 등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16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폭우 시 지하차도가 침수되는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7월 23일 부산시 동구 초량 제1치하차도에서 당시 시간당 최대 80㎜에 달하는 비가 쏟아져 차량 7대가 물에 잠긴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민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 이후 정부는 지난해 8월 국민행동요령에 '지하공간에 대한 국민행동요령'을 새롭게 마련했다. 침수가 시작된 지하차도와 급류가 흐르고 있는 교량에는 절대 진입하지 말고 이미 진입했을 때에는 차량을 두고 신속히 밖으로 대피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민 자체 대피만으로는 부족하고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2020년 부산 지하차도 사고 이후 행정안전부가 △자동차단시설 △원격 차단 △내비게이션 회사와 지하차도 통제 상황 실시간 공유 △상황전파시스템 구축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은 것이 이번 사고 피해를 키운 원인이었다는 지적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부산 사고를 계기로 지하차도에 위험을 자동으로 감지해 지하차도에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안전바가 내려오는 자동식 출입통제장치를 설치한다고 했고 실제로 설치한 곳도 많이 있었는데 이러한 출입통제장치를 전국적으로 침수 위험이 있는 곳에 모두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오송 지하차도 사고와 관련해 하천변에 있는 도로가 하천물이 범람해 생긴 '외수재해'로, 출입통제장치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도로를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는 "하천물이 범람해서 생기는 외수재해와 빗물이 잘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하차도 안에 고여 생기는 내수재해로 나눌 수 있는데 부산 지하차도 사고는 내수재해였다면 이번엔 외수재해라고 할 수 있다"며 "외수재해는 물 속도가 빠르고 수량도 많기 때문에 내수재해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랑천이나 노들길, 올림픽도로도 하천변에 있는데 그런 도로들은 수위에 따라서 차량 통제를 하고 동부간선도로는 비가 많이 오면 경찰이 나와서 직접 사전 차단을 하기도 한다. 그런 조치들이 필요하다"며 "이번에 사고가 난 오송 지하차도도 하천변에 있었고 미호천 범람을 예고했는데도 사전에 인력을 동원해 차량 통제를 하지 못한 점이 사고 피해를 더 키운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과학적인 기상 예보 예측 시스템을 강화해 앞으로 유사한 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예방할 것을 제안했다.

이준원 숭실대 안전융합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전에 (근처 하천이) 넘칠 위험이 있다고 예측하는 게 필요하다. 과학적인 기상 예보 예측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기후가 예전하고 많이 달라진 측면이 있는데 재난 대응 방법도 그에 맞게 변화하고 근복적으로 과학적인 방법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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