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통제 이뤄지지 않아 인명피해 속출"…지하차도 침수 '지자체 책임론'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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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신진영 기자
입력 2023-07-1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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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 이장 "모래성으로 임시 둑 쌓았다" 주장

  • 시설물 관리 소홀 및 매뉴얼 이행 여부 '관건'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된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폭우로 인한 미호강 범람으로 충북 청주시 오송읍 한 지하차도가 잠기면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가운데 사고가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범람으로 인한 침수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 제방 둑이나 지하차도 등 시설물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책임론 여부가 갈릴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하고 있다.
 
"모래성 쌓았다"···'지자체 책임론' 제기
16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 45분 청주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가 물에 잠겼다는 신고가 최초로 접수됐다. 미호강 주변 둑이 무너져 물이 범람하면서 약 550m 떨어진 지하차도에는 불과 3분 만에 6만t에 달하는 물이 가득 차며 많은 사망자까지 나왔다.  

주민들은 홍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관할 행정관청이 위험도로에 대해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았고 사전에 제방 관리도 허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발생 직전 미호강 둑을 찾은 인근 마을 이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공사 관계자가 흙으로 긁어모은 모래성으로 임시 둑을 쌓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지자체 책임론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하차도 등 도로는 충북도가 관리하고 미호강 제방은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리를 받고 있다. 충북도는 제방 붕괴 등 원인을 제공한 세종시에 책임을 넘기고 세종시는 도로관리 주체가 아니기에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은 "미호강 범람을 예상한 지자체가 지하차도 통행금지 조치를 반드시 내렸어야 했다"며 "법률로 정한 시스템이 왜 작동되지 않았는지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향후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형사 책임 '관건'은 배수로 설계 미흡과 둑 관리 소홀 여부
법조계는 지하차도 배수로 설계를 미흡하게 하거나 둑 시설 관리를 소홀히 하고 차량 통제 등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 지자체에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의택 법무법인 성지 파트너스 변호사는 "지하차도 배수로를 제대로 설계하지 못하거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는 지자체에 책임이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0년 7월 폭우로 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동 지하차도 사고와 관련해 공무원 11명이 1심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구청장이 휴가 중이라 부구청장이 재난 대응 책임자였지만 자리를 비웠고 침수 여부를 점검하거나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재난 매뉴얼이 있었지만 피고인들은 평소 시설물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고 사고 당시 매뉴얼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가나 지자체가 위험에 처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 등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면 배상 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2001년 7월 집중호우 때 회사 경비원인 최모씨는 신용산 지하차도에 설치된 배수펌프 통제로 빗물이 건물로 유입되는 바람에 익사했다. 대법원은 "용산구청이 유족들에게 756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시설물 설계 등에 문제가 없거나 지자체가 매뉴얼대로 이행했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 500년 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2020년 8일 8일 광주시 북구 신안교 부근 도로를 지나던 차량들이 침수된 사례에서 재판부는 "광주 북구 소속 공무원들에게 과실이 있거나 배수로 설치·관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피해를 입은 인근 기업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불가피한 사유였는지, 폭우로 인한 미호강 범람 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는지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정규 원곡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사고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는지, 또 둑 붕괴를 못 막았다면 통제는 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충분히 문제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환경부 홍수통제소가 하천 수위 상승과 범람 위험 등 홍수주의보를 제대로 발령했는지도 확인해봐야 할 대목이다. 궁평 제2지하차도는 '금강 홍수통제소'에서 관할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홍수주의보나 경보는 (지자체 등) 관계기관 자체 시스템과 연결돼 있다. 유선 전화로 알릴 수도 있다"며 "이번엔 시스템을 통한 경보뿐만 아니라 유선 전화로도 몇 번 알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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