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우리 수소사업을 기반으로 직원 수천 명이 일하는 에너지 기업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죠. 그럴 수 있는 초석을 다지고 퀀텀 점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장우진 SK에코플랜트 글로벌에너지 부사장은 최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SK에코플랜트 해외 에너지사업에 대한 비전과 목표 등을 제시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SK건설'이라는 직관적인 사명을 버리고 친환경·에너지 사업 기업으로 변화를 꾀했다. 그로부터 2년 뒤 SK에코플랜트는 관련 사업 매출 확대와 해외 진출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며 체질 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소사업 핵심 플레이어' 된 SK에코플랜트···에너지·건설 등 종합역량 펼친다
최근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사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장우진 부사장은 "지난 5월 SK에코플랜트는 캐나다 월드 에너지(World Energy) GH2 뉴지오호닉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며 "이 프로젝트는 캐나다 최동단에 위치한 뉴펀들랜드섬에서 풍력발전을 기반으로 탄소 배출 없이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그린암모니아로 변환해 북미 대륙에서 유럽 대륙까지 이동하는 대규모 그린수소 상용화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수소사업을 위해 다양한 자회사 역량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사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장 부사장은 "해당 사업을 위해 자회사의 플랜트 건설 역량과 협력사의 수전해 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적용했다"며 "엔지니어링 역량에 기반해 비즈니스모델(BM)에 혁신을 이뤄낸 ‘에너지 기업’으로서 면모를 십분 발휘한 성과로, 글로벌 그린수소 시장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전통적인 알칼리 수전해 방식이 아닌 고도화되고 순도 높은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수전해 기술들이 적용될 예정"이라며 "SK에코플랜트와 전략적 협력관계인 블룸에너지의 고체산화물수전해기(SOEC)가 포함됨으로써 양사 간 사업적 시너지가 극대화됐다"고 평가했다.
해당 사업은 3단계 중 1단계 사업비만 45억 달러(약 6조원) 규모며 2025년 그린수소 생산(연간 6만여 톤), 2026년 그린암모니아 생산(연간 36만여 톤)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이 사업에서 전체적인 틀을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개념설계(Pre-FEED·Front End Engineering Design)와 기본설계(FEED),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기 공급 ·설치, 그린암모니아 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 등을 담당한다.
그는 "이번 사업으로 약 2조원 규모 독점 수주 기회를 확보했으며 육상풍력단지 구축 참여도 논의 중"이라며 "또 5000만 달러(약 660억원) 규모 투자로 프로젝트 지분 20% 확보했으며 상업운전 개시 후 수익도 배분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소는 에너지업계 '화폐'···친환경 발전 통한 그린수소로 깨끗한 에너지 만든다
수소는 장기 저장과 운송이 쉽고 암모니아 등 화합물 형태로 변환하기도 용이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업계에서는 '화폐'로 통용된다. 다만 사업 초기 단계인 상황이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SK에코플랜트가 수소 사업에 뛰어든 것도 사업 초기 시장을 선점해 해당 사업 분야에서 선두 주자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장 부사장은 수소사업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 "탄소 배출 증가에 따라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이상기후 현상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6년 파리협정을 통해 전 세계 195개국이 구속력 있는 기후협약에 합의하고 이후 각국 정부들이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0'으로 만들자’는 2050 탄소중립 선언을 추진하는 등 에너지 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며 "기관별 전망을 종합하면 전 세계 에너지 총 사용량 중 수소 비중은 현재 0% 수준이지만 2050년쯤엔 12~22%까지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50년 세계 수소 시장 규모를 12조 달러로 전망했으며 수소 관련 글로벌 최고경영자 협의체인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는 전 세계 수소 소비량이 전체 에너지 수요 중 약 18%에 달하는 약 5억4600만 톤으로 증가해 2조50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관련 시장 창출을 예상한 바 있다. 장 부사장은 "특히 수소는 공정에 따라 다양한 색깔로 불리는데 그중 그린수소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는 생산 방식과 친환경성 정도에 따라 색으로 구분된다. 크게는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 핑크수소 등으로 구분된다. 현재 생산되는 수소 대부분은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그레이수소로 천연가스 주성분인 메탄과 고온의 수증기를 이용해 만든다.
하지만 이때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해 친환경 에너지로 볼 수는 없다.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와 생산 방식은 동일하지만 생산 과정 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방출하지 않고 포집·저장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식이다. 그레이수소보다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어 친환경성이 높지만 이산화탄소를 완전히 제거하진 못한다. 핑크수소는 원자력 에너지를 통해 만든 수소를 뜻해 완전히 친환경적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이에 다양한 국가에서는 친환경에너지를 통해 생산하는 '그린수소'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친환경에너지를 '수소'라는 에너지 자원으로 변환하고 저장하겠다는 것이다.
장 부사장은 "태양광 또는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수소와 산소를 분해해 그린수소를 얻는다"며 "이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다. 이후 공정을 거쳐 운반이 용이한 그린암모니아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호주·미국·캐나다 등 다양한 지역으로 뻗어나갈 것
장 부사장은 "지금까지는 수익보다는 기술 역량 강화 등에 초점을 맞췄고 내년부터는 올해 이뤄낸 전략적 성과들에서 재무적 수익 창출이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유사한 추가 성과를 만들어 내거나 다른 국가나 지역 혹은 새로운 유형의 에너지사업에 진출할 기회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사업을 진행한 캐나다 외에도 미국에서도 전통적으로 에너지를 수출·수입하는 항로였던 멕시코만 쪽 걸프코스트에서 이러한 그린수소 사업 개발 기회가 많이 포착되고 있다"며 "앞서 그린수소 사업에 가장 앞서 있는 호주에서도 사업 발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히 전통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던 제철이나 화학 사업에서 기존 시설을 친환경 그린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부착하는 등 움직임이 파악되고 있다"며 "SK에코플랜트가 가지고 있는 수전해 기술 등을 공급할 수 있을지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장 부사장은 사업 성공을 통해 추후 탄생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의 밑바탕을 마련하겠다는 장기적인 포부를 밝혔다. 장 부사장은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거듭나기 위한 3~4년 과정이 상당히 역동적이었다"며 "이 과정에서 여러 기업들을 인수해 사업 구조를 재편했고 기존에 건설 중심으로 짜여 있던 인력 구조도 다양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했고 성과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글로벌에너지 담당 조직은 SK에코플랜트 에코에너지BU에서 해외사업을 전담하고 있다"며 "디벨로퍼로서 사업 개발부터 친환경 자산, 프로젝트 투자처를 찾거나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하는 등 마케팅 영역까지 포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부사장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전 세계적으로 능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재들을 키워내고, 이런 인재들이 지속해서 활동할 수 있는 사업의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 개인적인 포부"라며 "성공은 차근차근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퀀텀점프'로 이뤄진다. 하나의 성공 사례를 눈덩이처럼 불려 사업 기회를 계속 확보하고, 추후 수천 명 이상을 거느린 거대한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해 수소 사업 미래를 이끌 수 있는 기업의 초석을 마련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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