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대출연체율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금융회사의 건전성이나 향후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물가상승률 지표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체감하고 있는 물가는 여전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국내 경제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지출 계획을 조정하는 가계가 많아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보험계약자들의 보험상품 유지와 해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가 보험료 납부 능력과 관련된 보험계약자가 처한 경제적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보험산업에서 보험가입자들의 해지 행위와 관련하여 주목할 필요가 있는 특징 중 하나는 보험계약 체결 후 특정 시점이 경과한 후 해지가 집중되어 나타나고, 보험상품을 장기간 보유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보험산업 전체적으로 보험계약 유지율이 개선되는 추세에 있으나, 특히, 종신보험과 같이 보험료 수준이 높은 보험상품의 경우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계약 체결 후 3년 이내에 매년 해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보험가입자의 80% 이상이 장기간 동안 보험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해외 주요국의 상황과는 대비된다.
보험상품 가입 후 경과시점별로 해지 빈도의 차이를 보이고, 잠재 가입고객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보험계약 해지와 신계약 체결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보험계약자들의 해지 행위가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에서만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보험회사나 판매자가 단기성과에만 매몰되어 보험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보장수요, 보험료 부담 능력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판매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보험상품 가입 과정에서 상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신중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지 않은 소비자들의 경우 향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면 가입했던 보험계약을 유지해야 할 동기가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
결국 보험계약자의 이탈은 보험회사의 현금흐름을 감소시켜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의 평판과 신뢰 등 비재무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모바일・인터넷 기반 매체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은 본인이 겪은 부정적인 서비스 경험이나 불만사항을 빠르고 널리 퍼뜨릴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부정적 구전 행위는 기업에 위험을 초래하는 현상이 종종 목격되기도 한다.
시장에 출시된 상품의 수가 적고 상품정보에 대한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제한적인 환경에서 기업은 본인들이 제공하는 상품만 잘 만들고 경쟁력 있는 판매경로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보험상품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이 등장하면서 기업과 소비자 간 권력 구도가 기업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환경 속에서 고객으로부터 선택받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보험상품에 반영하고, 보험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개인들에게 적합한 상품을 권유하고 판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보험서비스 제공 후에도 소비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고객 의견이 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소비자 권익이 증진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고객의 영어단어인 ‘customer’는 반복적으로 행하는 습관을 뜻하는 ‘custom’에서 유래되었다. 이는 특정 회사의 상품을 습관적・반복적으로 구매하거나 서비스 제공자와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때 고객으로 칭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보험시장 참여자들이 판매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고객 중심의 보험 모집환경을 조성하여 보험상품에 가입한 사람들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손님이 아닌 진정한 고객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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