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 거래소(이하 거래소)가 나스닥100 지수를 대상으로 12년 만에 특별 조정(리밸런싱)을 실시한다. 올해 들어 빅테크 주가가 여타 종목 대비 크게 오르면서 주가지수 내 소수 기술주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거래소는 24일(현지시간) 개장 전 나스닥100 지수의 특별 리밸런싱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나스닥100 지수는 3000개 이상 나스닥 상장 종목 중 우량 기업 100개를 선정해 구성한 지수로, 이번 조정에서는 올해 상승폭이 컸던 빅테크 기업들의 지수 내 주가 비중을 하향 조정한다. 나스닥이 특별 리밸런싱을 실시하는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구체적으로 빅테크 주식 중 마이크로소프트는 12.74%에서 9.80%로, 애플은 12.06%에서 11.50%로 비중이 하향 조정된다.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의 주역이었던 엔비디아는 7.28%에서 4.30%로 하향되고 아마존과 알파벳도 각각 6.91%, 7.61%에서 5.30%, 5.70%로 조정된다. 테슬라는 비중이 4.44%에서 3.40%로 낮아진다.
거래소는 성명에서 "공표된 지수 방법론에 따라 특별 조정은 지수 내 종목 비중의 과도한 편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목 비중을 재조정함으로써 시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나스닥 거래소 규칙에 따르면 지수 내 개별주 비중이 4.5% 이상인 대형주들로 구성된 특정 그룹의 지수 내 비중 합계가 총 48%를 상회할 경우 리밸런싱을 실시한다. 현재 리밸런싱 대상 기술주들의 지수 내 비중은 51%에 달하는 수준이다.
나스닥100 지수는 올해 들어 40% 이상 오르며, 동기간 중 18% 상승에 그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대비 2배 이상의 수익률을 보여왔다. 그 중에서도 특별 리밸런싱 대상이 된 빅테크 주식들은 평균 60%가량 오르며 나스닥, 나아가 미국 증시 전체 상승세를 주도해왔다. 하지만 소수 빅테크 주식을 제외한 증시 내 여타 업종 및 종목은 전반적으로 크게 오르지 못한 가운데 주가지수가 증시 전체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자산운용사 B 라일리 웰스의 수석시장전략가 아트 호건은 "이 소수 (빅테크) 종목들이 전체 증시 건전성을 왜곡시킨다는 우려가 좀 있다"며 "이것이 특별 리밸런싱을 한 요인일 것"이라고 로이터에 전했다.
이에 나스닥100 지수 비중이 24일부터 조정되는 가운데 관련 빅테크 주식들에 대한 영향도 불가피한 모습이다. 특히 나스닥100 지수는 S&P500에 이어 추종 ETF 규모가 2위로 알려진 지수인 만큼 그 영향도 광범위할 전망이다. 다만 증시 전체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일 특별 리밸런싱 계획 발표 이후에도 빅테크 주가가 전체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여온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닝스타 북미 지역 패시브 전략 리서치 책임자인 브라이언 아머는 "대부분의 미국 주식 투자자들은 이번 리밸런싱으로 최소한 간접적으로라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매도는 유동성이 매우 높은 종목들에 한정될 것이라며 증시 전반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스타벅스, 길리어드 사이언스, 몬델리즈, 부킹 홀딩스 등 종목들은 이번 특별 리밸런싱에서 비중이 높아질 예정이어서 수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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