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면적의 44배에 달하는 미래도시를 짓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NEOM) 시티' 프로젝트의 글로벌 수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일정이 다소 늦어졌지만, 올해 들어 다시 속도가 붙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가 지난 2017년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발표한 '비전 2030'(국가 장기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이다. 공식적으로 발표한 투자비만 5000억 달러(약 650조원)로, 일각에서는 2030년까지 투자비가 1조 달러(약 128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길이 170㎞에 달하는 직선도시 '더 라인' △바다 위에 떠 있는 첨단 산업 단지 '옥사곤' △친환경 산악 관광 단지 '트로제나' △홍해에 위치한 고급 휴양지 '신달라' 등 4개 프로젝트로 구성된다.
2017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시작된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4년간의 기획을 거친 뒤 1년여 전부터 본격적으로 조성 작업에 들어갔다. 1차 완공 목표는 2025년, 최종 완공은 2030년으로 현재 도시에 필요한 대규모 인프라 입찰이 진행 중이다.
중동 프로젝트 시장 정보지인 MEED에 따르면 현재 네옴시티 프로젝트 발주 규모는 약 130억 달러(16조6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예산액의 2.6%에 불과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네옴시티 주요 프로젝트의 입찰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문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2023년 본격적인 프로젝트 발주가 이뤄질 전망"이라며 "핵심 프로젝트 발주 시점에는 수행능력이 높은 글로벌 기업들의 참여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규모 인프라 사업인 만큼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해외 국가들도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 KB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가별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 규모는 사우디아라비아 54%, 중국 14%, 한국 13%, 스페인 9%, 그리스 6%, 영국·이탈리아·인도·아랍에미리트(UAE) 각 1%다.
현재까지 발주된 네옴시티 관련 주요 사업을 살펴보면 미국의 에이콤, 벡텔, 한국의 한미글로벌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주요 프로젝트의 PMC(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컨설턴트)로 선정된 후 터널, 항만 등 주요 공정이 발주되고 있다.
헬리오스 녹색 연료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경우 지난 2021년 11월 인도 최대 건설사인 라르센앤투브로(L&T)가 따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 수소 기업 에어프로덕츠는 네옴시티 관련 세계 최초 상용급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더 라인 개발의 일부인 러닝 터널 패키지는 지난해 6월 사우디 현지 기업 Shibh Al Jazira Contracting과 중국 건축공정총공사(CSCEC), 스페인 FCC건설 컨소시엄이 수주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네옴시티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총 5000억 달러 이상 사업인 만큼 이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까운 일"이라며 "현재 중국은 일대일로 계획과 네옴시티 프로젝트 간의 시너지를 언급하는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도 기업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 지원을 통해 수주 경쟁력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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