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저녁, 중국 산둥성 칭다오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약 25㎞ 달려 도착한 칭다오 시하이안(西海岸) 국가급 신구에 위치한 진사탄(金沙灘) 맥주성. 빗방울이 흩뿌리는데도 이곳은 관광객으로 붐볐다. 친구, 연인은 물론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 관광객도 많다. 맥주잔을 들고 축제 현장을 누비는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띈다. 지난 14일 저녁 이곳서 개막한 제33회 칭다오 국제맥주축제를 즐기러 온 것이다. 내달 6일까지 약 3주에 걸쳐 열리는 축제 기간, '칭다오맥주 본고장' 칭다오 시내는 축제 분위기로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매년 200만명 찾는 세계 4대 맥주축제
축제 현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맥주잔을 손에 들고 건배하는 대형 조각상이 관광객을 반긴다. 맥주잔에는 각각 '칭다오(Qingdao)'와 '세계(World)'라고 쓰여 있다. 1991년부터 30년 역사의 칭다오 국제맥주축제가 세계인의 축제로 자리매김했음을 상징한다. 실제로 칭다오맥주 축제는 오늘날 독일 옥토버페스트, 체코 필스너페스트, 일본 삿포로 비어가든과 함께 세계 4대 맥주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도 40여개 국가의 맥주 2000여종이 선보여진다.
세계 최대 맥주광장으로 불리는 진사탄 맥주성 면적만 약 80만㎡, 축구장 108개 크기다. 축제 기간 이곳엔 9개의 대형 맥주 부스가 세워졌다. 칭다오맥주와 옌징맥주 등 중국 토종 맥주와 덴마크 칼스버그, 독일 바르슈타이너, 캐나다 러셀, 네덜란드 하이네켄, 포르투갈 슈퍼복 맥주 등이다. 부스마다 설치된 무대에서는 콘서트나 이벤트 등을 펼치며 관광객 끌어모으기에 한창이다.
특히 올해 창립 120주년을 맞은 칭다오맥주는 각각 3000㎡, 1500㎡ 규모의 대형부스 2개를 설치했다. 하지만 테이블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인파가 가득 차 있다. 칭다오맥주 부스 안에서는 330㎖, 500㎖부터 1ℓ, 3ℓ, 5ℓ짜리 생맥주를 유리잔, 페트병, 맥주타워 등에 담아 판다.
3주 넘게 열리는 축제기간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만 매년 평균 200만명이 넘는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1년 맥주축제 때도 207만명이 방문했다. 당시 이들이 소비한 맥주량만 1450t. 올해도 14일 개막식에만 15만명 이상이 찾은 만큼 200만명은 거뜬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120년史 담긴 칭다오맥주 박물관 '관광명소'
칭다오 맥주축제는 칭다오시가 '도시 명함'으로 내세우는 대표적인 축제다. 1991년부터 시작된 맥주축제는 올해로 벌써 33회를 맞이했다. 칭다오시 1인자인 당서기가 직접 와서 축제 개막을 선포할 정도다. 칭다오 맥주축제를 세계인의 축제로 만든 1등 공신은 단연 칭다오 현지 국유기업인 칭다오맥주다.
이날 저녁 칭다오의 대표적 야경인 '조명쇼'를 보기 위해 찾은 시내 중심의 5·4광장. 이 일대의 모든 빌딩에서 불빛이 장관을 연출하는데, 빌딩 조명마다 칭다오맥주 광고만 쏟아내니, 모두 칭다오맥주 건물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올해로 창립 120주년을 맞이한 칭다오맥주는 올해 1분기에는 분기별 매출이 처음 100억 위안을 돌파했다. 오늘날 세계 5대 맥주기업으로 우뚝 선 칭다오맥주는 브랜드 가치만 2100억 위안(약 37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칭다오 맥주 판매량만 800만톤 이상에 달해 매출·순익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칭다오맥주 120년 역사는 시내에 위치한 칭다오맥주 박물관에 가면 한눈에 볼 수 있다. 20년간 칭다오 맥주 박물관을 찾은 방문객수만 1182만2500명. 지난 21일 평일 오후 3시인데도 이날 이곳을 찾은 관광객만 5600명이 넘을 정도로, 칭다오맥주 박물관은 칭다오를 찾으면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가 됐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발아한 보리인 맥아를 끓이는 냄새가 가득하다. 굴뚝마다 나오는 수증기도 인상적이다. 이곳엔 실제로 칭다오맥주 제1공장이 돌아가고 있다. 제1공장은 1903년 독일인에 의해 처음 세워진 칭다오 맥주의 시초다. 과거 독일인이 쓰던 사무실은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안내원은 “칭다오 제1맥주 공장에서만 하루 2000여톤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칭다오는 현재 칭다오에만 6개, 전국에 모두 66개 맥주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마시는 칭다오맥주가 모두 ‘메이드 인 칭다오’는 아니란 얘기다.
칭다오맥주 연간 생산량만 180억병. 맥주병을 세워 지구 119바퀴를 빙 돌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전 세계 소비자가 1분에 4만병의 칭다오맥주를 소비한다는 게 안내원의 설명이다.
칭다오人의 맥주사랑···'봉지맥주' 진풍경도
특히 칭다오를 비롯한 산둥성 일대 사람들의 칭다오맥주 사랑은 유명하다. 칭다오맥주는 현재 산둥성 맥주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칭다오 타이둥 야시장에서 사람들은 한 손에는 꼬치구이를, 한 손에는 칭다오맥주를 들고 거리를 누비는가 하면, 칭다오맥주 박물관 앞 맥주거리에는 노천식당 테이블마다 4~5리터짜리 대형 칭다오 맥주 타워를 놓고 사람들이 '간베이(干杯, 건배)'를 외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칭다오 사람들의 3대 행복이 칭다오맥주를 마시면서 가리비를 먹고 해수욕을 하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칭다오에서만 오로지 볼 수 있는 봉지맥주도 칭다오인들의 맥주 사랑에서 비롯됐다. 과거 계획경제 시대인 1960~1970년대 칭다오 시민들은 국경절이나 춘제(음력 설) 같은 연휴에만 부식품표를 들고 가서 가구당 맥주 5병씩만 살 수 있었다고 한다. 병수만 제한이 있지, 개별 포장은 제한이 없어서 사람들은 대야나 주전자, 비닐봉지에 맥주를 담아와 먹었다는 것. 그때부터 칭다오 사람들이 비닐봉지에 맥주를 담아 먹는 문화가 시작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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