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년간 일반인들의 물가 전망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소비심리지수도 두 달 연속 기준치(100)를 웃돌았다. 그러나 물가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안심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시각이 높다.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과 집중호우 후폭풍 등 여러 악재가 산적해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한 3.3%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5월(3.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7월 역대 최고점(4.7%)으로 치솟았던 기대인플레는 점진적으로 하락해 지난 2월(4.0%)부터 5월(3.5%)까지 석 달 연속 하락한 뒤 한 차례 숨고르기(6월 3.5%)한 이후 또다시 낮아졌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기대인플레 하락 배경에 대해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까지 내려간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초 5.2% 수준이던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뚜렷한 둔화 흐름을 이어가 6월 2.7%까지 내려왔다. 정부와 한은은 내달 2일 발표를 앞두고 있는 7월 소비자물가 역시 2%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하반기다. 한은은 향후 물가가 3%대로 반등해 연간 상승률이 3% 안팎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에 수렴했다는 확신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근원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고 가계부채 상황도 불확실한 만큼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국제기관들도 한국의 물가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 19일 발표한 '2023 아시아 경제전망 보충' 보고서를 통해 국내 연 물가상승률을 지난 4월 전망(3.2%)보다 0.3%포인트 오른 3.5%로 상향 조정했다. 최근 한국의 연간 성장률을 5차례 연속 하향 조정한 국제통화기금(IMF)도 "근원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만큼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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