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은행 실적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으로 호실적 흐름을 이어갔으나 은행 쏠림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서는 모두 아쉬운 성과를 냈다. 여기에 하반기 녹록지 않을 시장 전망에 은행권 경영 전략을 '안정'으로 결정한 만큼 비은행 계열사 실적 성장을 어떻게 이끌어내는지가 하반기 금융그룹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이 달성한 당기순이익에서 신한·하나·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이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은 2021년 상반기 56.1%에서 2022년 상반기 61.9%로 높아졌으며 올 상반기에는 64.3%를 기록했다. 2년 새 은행 비중이 8.2%포인트 높아졌다. 하나금융 역시 2021년 상반기 71.5%에 머물렀던 은행 비중은 2022년 상반기 79.5%로 올라선 뒤 올해 상반기에 91%까지 치솟았다. 2년 새 은행 비중이 19.5% 증가했다. 2021년 상반기 은행 점유율이 90.1%였던 우리금융은 2022년 88.3%까지 내려서기도 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더욱 높아져 95.7%를 찍었다.
KB금융은 2021년 상반기 57.5%, 2022년 상반기 62.6%로 오름세를 기록하다 올해 62%로 소폭 내림세를 보였다. 절대적인 비중은 금융그룹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은행으로 수익이 집중되는 현상은 공통적이었다.
이는 금리 인상기에 비은행 부문 계열사의 어려운 시장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비은행 기여도가 큰 KB·신한금융은 증권의 반등 흐름이나 양호한 실적의 보험 등 은행과 상호보완해 실적을 낼 수 있는 비은행 부문 계열사가 기여할 수 있는 몫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영향력이 크지 않은 비은행 계열사를 보유한 금융그룹은 상대적으로 은행 집중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에도 은행권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예대금리차 공시 범위가 커지고,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손실흡수능력을 높이기 위한 충당금 추가 적립 또한 요구된다. 여기에 청년도약계좌, 자체 코로나 대출 지원 등 상생금융과 같은 사회적 책임을 위한 금융당국의 압력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출 증가세가 과거와 같이 큰 폭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하반기 수익성 확대보다는 안전 경영에 더욱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전망이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비은행 부문의 계열사 성장이 필요하긴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도 건전성 이슈가 계속 이어지는 만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위협 요인을 어느 정도 해소할 필요가 있다"면서 "상반기 중으로 보면 은행 이자이익 개선 흐름이 강하지 않았고 이 역시 트레이딩에서 수익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이나 신한금융을 제외하면 PF 이슈는 계속될 것이고 여전·카드업계보다는 보험의 실적 향방을 주목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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