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는 비수도권 유일의 특례시이면서 울산과 더불어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견인차 역할을 해 온 도시다. 창원국가산단, 마산자유무역지역, 마산항은 한때 수출산업의 메카였으며 현재도 기계 공업, 수출 산업이 견고하게 형성돼 있기도 하다.
그러나 창원국가산단이 지정된지 5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창원시 안팎으로 창원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인구 유출, 저조한 경제 성장률, 낮은 교육 및 의료 인프라 등은 창원시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창원시가 현재 제2의 도약을 위해 꿈틀거리고 있다. 원전산업, 수소산업, 창원국가산단 2.0, 우주산업 등 미래 50년 먹거리 사업을 통해 비상을 꿈꾸고 있는 지금, 창원시를 이끌고 있는 홍남표 창원시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정말 올바른 시정을 위해 무소의 뿔처럼 앞만 보고 달려왔던 1년이었습니다. ‘동북아 중심도시 창원’이라는 비전에 맞춰 모든 사업들을 새롭게 정리했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모든 변화들이 창원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면서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챙겨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민선 8기로 당선된 홍남표 창원시장의 1년간의 소회다. 쉽지 않았던 1년을 돌아보면서도 홍 시장은 1년간의 주요 성과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홍 시장은 “가장 큰 것은 경제 활성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창원국가산단 2.0 지정이고, 더 들어가면 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원전산업이 현 정부 정책변화로 복원된 것이다”면서 “수소산업 등 해외시장 개척 및 수출 지원, 의료 바이오 산업 등 미래 신산업 육성기반 마련 및 산업구조 개편, 장기표류사업 추진방향 재설정, 예산절감 및 부채상환” 등을 가시적인 성과로 이야기했다.
▲ 미래먹거리 50년의 토대 창원국가산단 2.0
특히 창원국가산단 2.0 지정에 대해서는 “기존의 공장 집적 위주의 산업단지와 달리 산・학・연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특화 산단”이라고 주장하면서 “세계적 방산도시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최첨단 공동 연구시설 뿐만 아니라 지역 대학과 연계한 인재양성 및 활용시스템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항상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산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규 국가산단이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타당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산단에 들어올 앵커기업 유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인 앵커기업 유치는 자연스럽게 관련 중소・중견기업들의 유치로 이어진다”며 “이를 위해 두산에너빌리디, 현대위아,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과 같은 여러 대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유치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 도시발전 저해하는 그린벨트 전면해제해야
취임 이전부터 창원의 불합리한 그린벨트 조정을 주장해온 홍 시장은 창원국가산단 2.0 대상부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의 해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개발제한구역의 전면해제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린벨트 지정 목적이 도시가 무질서하게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인데, 마산, 진해가 통합되면서 도시연담화 방지라는 그린벨트의 고유 목적이 상실됐다”며 “이런 불평등한 규제로 인해 개발가용지 부족으로 국책사업 및 지역 현안사업 추진이 어려워 도시발전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홍 시장은 그린벨트 전면해제에 대한 관리방안이 이미 수립돼 있다면서 “전면해제지역에 대한 도시기본계획, 생활권계획, 도시관리계획을 통한 계획적 관리를 통해 자연환경 훼손 및 난개발을 방지할 것”을 약속했다.
아울러 그린벨트 해제로 인한 부동산 투기 우려에 대해서도 “관련법에 따라서 지금 토지거래 허가 지역으로 지정이 돼 있다”면서도 “토지거래 현황 전반을 조사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과열된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투기에 공무원이 연루되지 않도록 관리 잘하면서 시책에 따라 잘 통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청년 선호 전문일자리, 관련학과 등으로 청년인구 유출 막아야
홍남표 시장은 “창원은 청년인구 유출이 심각하다. 매년 1만3000명 정도의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가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청년 일자리 부족이다”고 진단하면서 “특히 창원에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전문인력 양성학과, 예를 들어 의대, 약대, 치대, 수의학과, 법학전문대학원 등이 없다. 이는 우수한 지역 인재들이 창원을 떠나게 만드는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아픈 곳을 드러냈다.
“전라북도만 하더라도 전북대, 원광대 등 법전원이 두 개가 있는데 그보다 큰 경남에는 법전원 하나 없다. 그렇다보니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도전을 하기가 쉽지 않은 그런 도시로 돼 있다”는 홍 시장은 “그래서 대학들과 협력해서 그런 학과들을 확충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청년들이 꼭 필요한 고등교육에 대한 학과 개설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만약 의과대학이 있다면 창원은 물론이요, 인근에 있는 부산, 대구, 심지어 서울에서도 올 수 있다. 창원의 대학들이 신입생 정원을 못 채워서 고생하고 있는데 만약에 의대가 있었다면 학생들이 연관 학과에 먼저 들어가서 의대를 가기 위해서 차곡차곡 채워지게 돼 있다. 법전원도 마찬가지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지역 대학과도 협력을 해서 그런 산업들이 늘어나도록 하는 데 노력하겠다. 그래서 청년들이 필요한 그런 청년들이 선호하는 그런 먹거리,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일단은 방산・조선・원전 산업 등 창원의 강점인 제조업 분야의 전문적 인력양성을 위한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홍 시장은 “지역 대학과 협력해 산・학・연・관 연계 거버너스를 구축해 단기적으로는 고용과 연계된 체계적인 인재양성・활용 시스템을 갖추고, 장기적으로는 전문직 학과의 신설 등 지역대학 교육전반의 혁신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내년이면 50주년을 맞이하는 창원국가산단과 관련해서 “1974년 박정희 대통령께서 창원국가산단을 건립했고 이를 바탕으로 창원은 지난 50년간 대한민국 경제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는 홍 시장은 “하지만 앞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대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인프라도 필요하지만 기존 인프라에 대한 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창원이 우리나라 경제에 지금까지 기여한 성과와 현재 부족한 점을 분석해서 미래 50년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국가산단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대기획을 준비중”이라고 귀띔했다.
홍 시장은 “창원국가산단이 기업들이 오고 싶어하게 만들기 위해서 기업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험, 성능 검증 등이 가능한 최첨단 연구시설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며 “세계적인 경쟁도시에 가보면 특히 스마트 팩토리 같은 디지털 전환 관련 부분들로 다 바뀌어 있다. 그래서 창원도 스마트 팩토리 지원센터를 만들어서 기업이 유사 업종별로 하나하나 스마트화가 될 때까지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국가산단 전반 인프라를 메타버스라든지 바로 정보화가 된 방식으로 변화를 주려 한다”면서 “특히 중요한 건 인력 양성 체계다. 창원에서 양성된 인재들을 바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산업계, 대학, 창원시가 함께 한 개의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혁신 시스템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가산단 5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 4월 창원 시민들에게 비전 선포식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창원특례시 유지 및 개선방안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에 특례시 명칭을 부여한다. 창원시 역시 지난해 특례시 승격 당시 인구수가 103만을 넘었으나 현재 101만명을 겨우 넘겨 특례시의 존폐 여부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홍 시장은 “인구 100만이라는 특례시에 대한 숫자 때문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며 특례시 유지를 위해서 “단기적으로는 경기가 살아나는 분야에 사람들을 많이 유입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젊은 사람들은 문화적 욕구, 자존감, 자기 만족이 되지 않으면 머무르지 않는다.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에서 보듯이 사람은 각 단계별 욕구가 충족돼야 정주하게 된다”며 “젊은 사람들이 창원을 떠나가는 것이 아니라 창원에 머무르고 싶게 하는 인프라를 구축해서 인구 100만이 무너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창원이 특례시가 된지 1년이 넘은 현재 개선돼야 할 점도 뚜렷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에 필요한 계획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권한이다. 그리고 그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한 홍 시장은 “그런데 지금은 중앙정부에서 하는 일부 업무의 위탁이나 공모사업을 가져오다 보니 지역 색깔에 맞는 계획이 아니라 외부 조건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편으로 현재 특례시 선정 기준은 인구 100만 이상 등 산술적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세종시의 경우 인구 38만에 불과하지만, ‘행정’분야에 특화해 광역시에 버금가는 자치권을 부여받고 있다. 창원도 ‘산업’분야 측면에서 국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자치권을 부여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홍남표 시장은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정책을 펼치는 사람과 받는 사람 간의 정보가 원활하게 오고 가야 한다. 즉 소통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창원이 정말 발전해 가려면 창원시와 시민들이 함께 힘을 합쳐 나가야 한다. 시민들께서도 시정에 많은 참여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저희들도 열심히 해서 창원의 미래 50년을 잘 준비해 나가겠다”고 시민들께 당부의 말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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