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 등 국내 5대 은행이 실행한 가계대출이 9755억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부터 3.5%의 높은 기준금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전체 가계대출 증가를 이끄는 현상이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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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총 679조 22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678조2454억원)보다 약 0.14% 증가한 규모다. 가계대출 증가는 주담대가 주도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는 511조 4007억원에서 512조8875억원으로 0.29% 늘었다.
6월 말 1430조797억원이던 5대 은행 전체 여신 규모는 한 달 사이에 5조원가량 증가했다. 주담대를 필두로 가계대출 잔액이 증가하고 있는 데다가 기업들이 경기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기업대출 수요도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5대 은행 수신 잔액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6월 말 1913조3578억원 규모였던 5대 은행 수신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925조3626억원으로 0.63% 늘었다. 이와 같은 수신 잔액 증가는 6월부터 1년물 은행채(무보증·AAA) 금리가 3.8~3.9%대를 유지하는 등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주요 예적금 상품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년물 은행채 금리는 지난달에도 전월과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돼 금융소비자들의 예·적금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이에 더해 은행연합회가 지난달 17일 공시한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전월 대비 0.14%포인트 높은 3.70%를 기록하는 등 최근 은행권에서 수신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유예가 종료되고 지난해 고금리 예금상품 만기가 도래하면서 은행들의 유동성 확보 유인이 커진 것도 수신 잔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연 4%대 예금상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자금을 끌어모았다는 것이다.
가계대출과 예금상품 잔액이 동시에 늘어나는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시중금리가 인상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수신상품 금리는 시차를 두고 시중금리를 추종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시중금리 인상은 곧 정기예금을 비롯한 수신상품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대출상품 금리 인상으로도 이어지겠지만 가계대출 규모도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가 부동산 침체, 역전세 등 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출규제 완화 등에 나서고 있어 높은 금리에도 가계대출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도 상생금융을 강조하면서 비은행·비이자 관련 이익 비중 확대에 치중했던 상반기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여신·수신 규모가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주담대가 이끄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수신 잔액은 4월부터 꾸준히 늘고 있는데 지난달의 경우 정기예금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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