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 이후 줄곧 '1인당 최대 5000만원'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예금자 보호 한도를 둘러싸고 한국은행과 국회가 금융시장 불안 해소 차원에서 한도 상향 필요성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 주도로 진행 중인 예금자 보호 한도 조정 논의 결과가 이달 중 도출될 예정인 가운데 기관들의 입장 표명이 20여 년 만에 제도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일 한국은행이 전날 공개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금통위원은 최근 발생한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 사태를 거론하며 "뱅크런 발생 시 최우선적으로 금융소비자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예금자 보호 한도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주요국 대비 낮은 국내 예금자 보호 한도는 금융시장에 내재된 전통적인 공급자 위주 사고에 기인하는 것"이라며 "당국에서 한도 상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진 만큼 이에 대한 중앙은행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 이슈에 대한 한은의 긍정적인 시각은 지난주 '한은 대출제도 개편 방향 발표'에서도 드러났다. 오는 3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한은 대출제도 개편안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을 계기로 부각된 대규모 예금 인출 확산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이번 조치(한은 대출제도 개편) 외에 예금자 보호 한도 확대 등을 통해 시장 불안에 따른 뱅크런 발생 우려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8월부터 1년여 동안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예금자 보호 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에 대한 막바지 논의를 진행 중이다. TF는 이르면 이달 중 결론을 낸 뒤 9월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TF는 현재 각 예금자 보호 한도 시나리오에 따른 목표기금 규모와 그에 따른 예금보험료율(예보료율) 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예금자 보호 한도 조정 이슈를 바라보는 금융당국 시각이 여전히 부정적이라는 점은 걸림돌이다. 대다수 예금자들이 계좌에 5000만원 이하를 예치하고 있어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예보료 인상이 금융소비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에 입법조사처도 "예금자 보호 한도 확대는 높은 금리를 추구하는 위험 선호 성향 강화에 따른 은행 간 자금 이동 효과, 금융권 예보료율 인상, 금융소비자에게 비용 전가 가능성 등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제도 개편 방향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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