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전문가가 진출할 수 있도록 열어둔 기획재정부 재정성과심의관 자리를 전·현직 기재부 출신이 독식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공석인 상황인데 결국 기재부 관료 출신이 꿰찰 것으로 알려졌다.
3일 기재부와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월 개방형 직위인 재정성과심의관 공개 모집을 시작해 후보군에 대한 인사검증을 진행 중이다.
재정성과심의관은 재정집행 관리·점검, 예산성과금 제도 관리·운영, 아시아·태평양 재정협력체(PEMNA) 사무국 유치에 따른 재정협력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공위공무원단 직위다. 예산·재정, 성과평가 및 성과관리 등 관련 분야의 경험과 전문성을 요한다.
개방형 직위라고는 하지만 기재부 내에서는 국회나 타 부처 파견 후 복귀하거나 국장으로 승진하는 코스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민간인 신분으로 지원해 선발된 사람도 모두 기재부 관료 출신으로 관련 업무를 맡았던 이들이다.
배지철 장관정책보좌관은 직전엔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 재정분권국 소속이었다가 본부로 돌아와 최근까지 심의관을 맡았다.
김완섭 2차관은 국제부흥개발은행 선임 자문관 고용휴직 후 본부로 복귀해 공공혁신기획관을 짧게 보낸 후 곧바로 재정성과심의관으로 임명됐다.
우병렬 법무법인 태평양 외국변호사는 기재부 근무 당시 재정관리총괄과장에서 국장급인 심의관으로 승진한 케이스다.
이번 심의관 인선 과정에서도 지방자치단체 경제부지사를 역임한 기재부 출신과 국회 파견 후 복귀 예정인 과장급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탓에 개방형 직위 자체에 대한 효용성 문제가 매번 거론되고 있다. 민간이나 타 부처를 가리지 않고 뽑아 쓰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우리 사람'만 임용되기 때문이다.
기재부에는 재정성과심의관 외에도 감사관, 민생경제정책관, 국유재산심의관 등 국장급 개방형 직위가 세 자리 더 있다. 민생경제정책관만 한국은행 출신이 맡고 있고, 감사관과 국유재산심의관은 내부 인사 몫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처 경험이 없는 민간인이 관료 사회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실국장급 한 자리가 아쉬운 부처 입장에서도 민간인 채용을 반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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