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역마진 구조' 늪에서 겨우 탈출한 한국전력(한전)이 또다시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주춤했던 전력도매가격(SMP)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데다 최근 국제유가까지 급등하고 있어서다.
4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전력도매가격(SMP)은 1㎾h당 153.39원으로 직전 달인 6월(147.12원) 대비 6원가량 올랐다.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h당 200원대까지 이어온 SMP는 지난 4월 100원대에 진입한 이후 5월까지 내림세가 계속됐다. 그러나 6월과 7월 두 달 연속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었다. SMP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일 때 지불하는 '전력 도매가'에 해당한다.
요동치는 국제유가도 한전에는 악재다. 지난 6월 70달러 내외 박스권을 유지하며 겨우 안정세를 찾은 듯했던 국제유가는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세계 3대 유가는 일제히 80달러 선을 넘어섰다. 뉴욕상업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81.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 행정부가 전략비축유(SPR) 600만 배럴 구매 계획을 철회했다는 소식에 잠시 주춤한 모습이지만, 지난 6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배럴당 85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한동안 배럴당 60~70달러대에서 안정세를 보였지만, 한 달 넘게 우상향하는 모습이다.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선 브렌트유는 올 연말엔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LNG 가격은 통상 국제유가와 3~4개월의 시차를 두고 연동된다. 국제유가 오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경우 올 하반기나 내년 초에는 LNG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한전은 지난해 채권발행 한도를 늘려 위기 상황을 겨우 모면했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말 법 개정을 통해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적립금'의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전은 여전히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적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어 지금의 대내외 상황은 악재일 수밖에 없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에만 11조원 넘는 한전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33조원 규모의 적자를 낸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6조원대의 적자가 발생했다. 2021년부터 올 1분기까지 누적적자만 45조원에 이른다.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93조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올 하반기 SMP, 국제유가가 급등해 비용 부담까지 커지게 되면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전 관계자는 "SMP, 국제유가가 실제로 국제에너지 가격에 반영되는 데는 시차가 있어 일단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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