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사의 안일한 내부통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횡령 사각지대로 전락했다. 부동산 시장 경색에 따른 부실 문제에 이은 겹악재로 일각에서는 부동산 PF ‘신용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 130조3000억원에 비해 3개월 만에 1조3000억원 증가했다.
금액과 함께 연체율도 높아졌다. 수익성이 낮아지고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는 부동산 PF 사업장이 늘자 연체율이 급등했다. 2021년 말 0.37%, 지난해 말 1.19%였던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2.01%로 크게 높아졌다. 특히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15.88%로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렇게 부동산 PF 부실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금융사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횡령이 빈번하다는 점이다.
지난 2일 BNK경남은행에서는 5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경남은행에 재직 중인 이모씨(50)는 2007년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5년간 부동산 PF 업무를 담당해오면서 PF 대출 상환금을 빼돌렸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700억원대 횡령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11월 PF 대출 영업 업무와 자금 송금 업무를 분리했지만 경남은행은 대출과 송금 업무가 분리돼 있지 않았다.
얼마 전 PF 대출 부실로 뱅크런(대규모 자금 이탈) 위험을 겪은 MG새마을금고도 마찬가지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전 직원 박모씨와 새마을금고 지점 부장 출신 노모씨는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7건의 PF 대출 과정에서 39억694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경남은행 사례로 내부통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금융권에서는 부동산 PF와 관련해 비슷한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 2일 은행에 부동산 PF 대출 점검을 지시한 데 이어 3일과 4일 새마을금고, 증권사, 보험사, 캐피털사 등 전 금융권에 점검을 지시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PF가 신용리스크로 확장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부동산 PF 경영상태는 이미 악화했고 연체율이 높아져 채무 불이행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횡령 사고가 자주 일어나자 돈을 떼일 수 있다는 인식으로 신용도까지 하락해 손실이 발생할 위험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신용리스크는 시장 신뢰도가 떨어져 부동산 PF를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신용도가 낮아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야 하고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인적·물적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PF 시장이 악순환 고리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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