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화월드'는 흡사 양파 같다. 자고 일어나면 부대시설이 하나씩 생기니, 이젠 또 어떤 시설이 들어설지 기대감마저 든다. 몇 달 전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클럽, 그리고 미디어 아트존 등을 개관했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또 다른 부대시설을 들였다고 한다. '제주신화월드에 가야 할 이유가 또 생겼군······.'
이번에 들어선 부대시설은 프리미엄 영화관이다. 제주신화월드는 지난 3일 메리어트관 내에 프리미엄 영화관 'JSW 씨네라운지'를 개관했다. 나홀로 호캉스도 즐기고, 모처럼 영화 감상까지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 마침 하루 정도 여유가 생겼다. 모처럼 '혼행'을 만끽하기로 마음먹고 대충 짐을 꾸려 제주로 날아갔다.
JSW 씨네라운지는 제주신화월드와 비스포크(소비자 맞춤형) 시네마 솔루션을 제공하는 모노플렉스가 손잡았다. 모노플렉스는 전문 상영관 구축에 필요한 시네마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협력사의 공간을 활용해 세상에 하나뿐인 영화관을 만들고 있다.
JSW 씨네라운지는 개관 전부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복합리조트 내 상설 부대시설로 프리미엄 영화관을 개관하는 것은 제주신화월드가 국내 최초이기 때문이다.
총 2개관, 36석 규모로 문을 연 JSW 씨네라운지는 전 좌석 리클라이너 석으로 구성됐다. 고급 오디오 브랜드 '하만'의 사운드 시스템도 구축됐다. 관람객이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관을 개관하기까지 준비기간만 3년여가 걸렸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각설하고 영화관으로 향한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보편화하면서 극장 구경을 한 지가 언젠지도 가물가물하다. 몇 년 만에 즐기는 나홀로 영화관 나들이라 그런지 마음이 설렌다.
드디어 JSW 씨네라운지다. 상영관으로 향하기 전, 출입구 왼편에 자리한 '더 코브(The cove)'에 들른다.
더 코브는 팝콘, 프레즐, 핫도그 등과 다양한 음료를 판매하는 곳이다. 하지만 오늘은 좀 더 '특별한' 음식을 맛보며 영화 관람을 하기로 한다.
이곳에서는 파니니 샌드위치 팩과 스시 다이닝 팩을 판매한다. 영화 상영 1시간 전까지 예약하면 제주신화월드의 호텔 셰프가 직접 음식(파니니 또는 스시)을 만든다.
왜 굳이 영화관에서 스시 패키지를 판매하는지 그 이유가 몹시 궁금해 직원에게 물어보니, 그는 "어두운 상영관에서 영화관람을 하며 식사할 때 불편함이 없는 메뉴로 선정했다. 특히 스시의 경우 어두운 환경 속에서 그 식감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상영관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는다. 1개관에 18석뿐이라, 사실 어느 곳에 앉아도 영화에 몰입하기 좋다.
드디어 조명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한다. 스시를 입에 넣고 그 맛을 음미하며 오롯이 영화를 즐긴다. 팝콘과 콜라에서 벗어나, 셰프가 만든 스시를 즐기며 영화 감상을 하니, 호사가 아닐 수 없다.
8월 상영작은 총 4개(밀수, 미션임파서블7, 비공식작전, 더문)다. 인기 영화인 만큼 예약률이 높은 편이다. 개관 첫날에는 예약률 90%를 넘겼을 정도다.
음식을 맛보며 영화를 즐기고 싶다면 '파니니'나 '스시'가 포함된 다이닝 패키지를, 식사를 원하지 않으면 팝콘과 음료만 포함된 '베이직 영화 패키지'를 이용하면 된다.
시설은 훌륭한데 가격은 착하다. 다이닝 패키지를 선택해도 4만원대면 충분하다. 일반 멀티플렉스 티켓 가격을 감안하면 가성비가 좋다.
피영준 제주신화월드 신규사업&파트너십 선임상무는 "JSW 씨네라운지를 호텔 투숙객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문화적 니즈까지 충족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피 상무는 "향후 어린이 고객까지 만족할 수 있도록 어린이 대상 영화나 애니메이션도 상영할 계획"이라며 "대형 화면과 AV 시스템이 필요한 소규모 모임, 이벤트 등을 위한 대관 서비스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눈과 입이 즐거운 셰프 특선 요리의 맛이란
이왕 나홀로 호캉스를 즐기기로 마음먹은 이상, 그것도 제주까지 온 이상 영화를 감상하는 것에만 만족할 수 없다. 스시로 입맛을 돋웠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미식 여행을 떠날 차례다.
어디가 좋을까 궁리하던 찰나, 식당 한 곳이 눈에 띈다. 지체할 새 없다. 제주에 왔으니 제주의 진미를 맛봐야겠다. 곧바로 영화관 근처에 자리한 '제주선 더블랙'으로 발길을 옮긴다.
2021년 오픈한 '제주선 더블랙'은 192시간 이상 저온 숙성시킨 제주 흑돼지 철판구이 전문점으로, 관광객은 물론 도민에게도 큰 인기를 끄는 곳이다. 한식당 '제주선'과는 다른 콘셉트다. 철판구이는 센 불에서 짧은 시간 내에 조리하는 덕에 식재료 본연의 맛과 영양을 지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6월부터는 대표 메뉴인 흑돼지 구이에 돌문어, 전복, 제주 바당 모둠 생선회 등 제주 해산물과 디저트를 더한 코스 메뉴를 구성해 철판 요리로 선보이고 있다.
코스는 '더 블랙'과 '바당' 두 종류다. '더 블랙'은 1+한우 안심구이, '바당'은 돈마호크(뼈 등심)가 주 요리다. 흑돼지 철판구이 전문점이니만큼 두 코스 중 어느 것을 시키든 모두 제주 흑돼지 오겹살을 맛볼 수 있다.
이곳 제주선 더블랙의 흑돼지는 1℃ 저온에서 192시간 동안 숙성시킨 최고급 흑돼지다. 특히 흑돼지 구이를 부위별로 맛볼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부위별로 식감과 풍미가 달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 셰프가 앞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불 쇼도 놓칠 수 없다. 물론,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다. 진정한 요리의 맛은 불 쇼가 끝이 난 후 그 진가를 발휘한다. 불 속에 갇힌 고기의 풍부한 육즙이 입안에서 폭죽놀이를 하는 듯 팡팡 터진다.
요리는 레스토랑의 시그니처 소스(보리쌈장 소스와 치미추리 소스, BBQ 소스, 백년초 소금, 오징어 먹물 소금)와 메뉴에 어울리는 와인 페어링도 빼놓을 수 없다.
단 하루, 나홀로 즐긴 호캉스다. 퍽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번만큼 호캉스를 알차게 즐긴 적도 없기에 폐부까지 뿌듯하다. 하룻밤 꿈처럼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는 길, 다음엔 또 어떤 부대시설이 들어올까 달뜨는 마음 주체할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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