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 경쟁사를 압도하는 실적으로 '리딩뱅크' 아성을 공고히 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용퇴를 결정했다. 금융지주 계열 수장들이 '장기 집권'하는 데 대해 정부의 부정적 인식이 강하고 이를 의식한 윤 회장이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다음 목표인 글로벌 은행 도약은 차기 회장 몫으로 넘어갔다.
6일 KB금융에 따르면 윤 회장이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내비치면서 8일 쇼트리스트(2차 후보군) 발표에서는 윤 회장이 제외된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윤 회장은 KB금융이 구축한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효과적인 경영승계 시스템이 잘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줄 때가 됐다는 의사를 연초부터 이사회에 비쳤다"면서 "그가 이사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KB금융 지배구조 틀을 만드는 기회가 됐다. 미래 최고경영자(CEO)에게도 좋은 전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적을 끌어낸 윤 회장은 차기 회장 레이스에서도 유력 후보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올해 '셀프 연임' 등을 저격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했고 당국 금융수장들은 KB금융 회장 인선에서도 "선진적인 지배구조 선례를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여기에 여타 금융지주 수장들도 물러서는 마당에 윤 회장 역시 세대교체 흐름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로써 회추위는 8일 윤 회장을 제외한 상위 후보자 6명을 추리는 1차 쇼트리스트를 발표한다. 지난달 20일 차기 CEO 경영승계절차를 본격화한 KB금융은 내·외부를 포함한 20명 롱리스트(1차 후보군)를 결정한 바 있다. 쇼트리스트 1차 후보군은 오는 29일 1차 인터뷰·심사를 진행한 뒤, 3명으로 압축된다. 이후 2차 인터뷰를 통해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한다.
현재 차기 회장 유력 후보로는 내부 인사인 부회장 3인방(허인·이동철·양종희)이 유력 주자로 꼽히지만 외부 후보자 등장도 배제할 수 없다. 최종 후보자는 관련 법령에서 정한 자격 검증을 통과하게 되면 회추위와 이사회 추천 절차를 거쳐 오는 11월 20일 개최되는 주주총회를 통해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한편 2014년 회장으로 선임된 윤 회장은 직전 대규모 인수합병(M&A)에 실패한 KB금융 전략을 뒤집는 대신 더욱 공격적인 M&A를 통해 반전 드라마를 썼다. 비은행 부문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고 이를 바탕으로 리딩금융 지위를 확보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2017년 금융그룹 중에서는 처음으로 3조원 넘는 순이익을 기록하며 리딩뱅크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3조원에 육박하는 순익을 기록했다. 비은행 계열사 수익 기여도는 40% 수준이다. 또 윤 회장 취임 이후 KB금융 당기순이익은 8년 새 3배 넘게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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