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자 앞서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대출을 크게 늘려 주택을 구입한 이른바 ‘영끌족’들이 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이가 많지 않은 사회초년생들이 대출 등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탓에 높아진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으로 풀이된다.
7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20대와 그 이하 세대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연체율은 0.44%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를 산출한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권에서는 해당 연체율이 지난 5년을 넘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청년층 주담대 연체율이 급등하는 것은 최근 젊은 층의 부동산 구입이 늘면서 주담대 규모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에서 이뤄진 월별 부동산매매 중 20대 이하 세대가 차지한 비중은 2019년 이후 4~5%대에 이어 2020년 말 6%대로 올라섰다. 이 비중은 지난해 말까지 이어졌고 2021년 말에는 7.2%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금감원 통계에서도 20대 이하 세대의 주담대 잔액은 2018년 3분기 13조4700억원에서 올해 2분기 34조2500억원으로 20조7800억원(154.3%) 급증했다. 전체 주담대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2.8%에서 5.4%로 확대됐다.
문제는 해당 세대의 대출 규모뿐 아니라 연체율 증가세가 다른 세대보다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다. 2020년 3분기까지는 20대 이하 세대의 연체율이 전체 주담대 연체율보다 낮았지만 2021년 2분기를 기점으로 역전됐다. 전체 연체율과 20대 이하 세대의 연체율 격차도 작년 1분기까지 0.01~0.03%포인트 수준으로 작았지만 격차가 점점 벌어져 올해 상반기(1·2분기)에는 0.23%포인트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 2020년 5월 이후 1년 넘도록 0.5%를 유지하던 국내 기준금리가 2021년 8월 0.25%포인트 인상을 시작으로 급격하게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는 1년 6개월도 안되는 기간에 무려 3%포인트나 올라 현재 3.5%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금리 급등세가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면서 그에 따른 빚 상환 부담 확대가 대출 차주와 연체율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주택금융공사가 공급한 보증부 청년 전·월세 대출 정책상품이 연체율 확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청년층의 전세보증금과 월세를 지원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이 상품은 19~30세 청년을 대상으로 제공된다. 그러나 대출 차주의 상환능력과 신용도 심사 등을 거쳐야 하는 일반 대출상품과 달리 무소득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연체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겠지만 특히 20대 이하의 연체율이 오른 결과가 그렇게 반가운 일은 아닐 것”이라며 “사회초년생이라 소득 기반이 취약한 차주가 많은 만큼 연체율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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