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가 입수한 자료와 미국 정보보안업체 센티널 랩스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북한 연계 해커 그룹은 러시아 주요 미사일 개발업체인 NPO마시노스트로예니야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2021년 말부터 2022년 5월까지 최소한 5개월 동안 비밀리에 해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는 초음속 미사일과 차세대 탄도 미사일 및 위성 기술 개발에 있어 선두업체로, 이는 모두 북한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들이다. 그 중에서도 음속의 9배에 달하는 속도를 자랑하는 NPO마시노스트로예니야의 '지르콘' 초음속 미사일은 2019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유망한 신제품'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개발에 착수한 이후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탄도 미사일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이다.
다만 해킹으로 인해 어떠한 데이터가 유출됐는 지는 확인 불가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해킹 이후 수개월 동안 북한은 ICBM 개발 프로그램을 몇 가지 발표했으나, 그것들이 해킹과 관련이 있는 지 여부 역시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번 소행은 고립된 북한이 중요 기술을 획득하기 위해서라면 러시아와 같은 자신들의 우방국까지 해킹 대상으로 삼는 것을 보여주는 바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특히 지난 달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 전승절(한국전쟁 정전일) 70주년차 북한을 방문한 이후 해킹 소식이 전해진 것이어서 더욱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이는 러시아가 북한을 중요 우방국으로 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북한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해외 원조를 연구해 온 유럽의 미사일 전문가 마르쿠스 실러는 북한이 지르콘 미사일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할지라도 그와 같은 성능의 미사일을 곧바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NPO마시노스트로예니야)로부터 배울 것이 많이 있다"며 러시아 최고 미사일 개발업체는 북한에게 가치 있는 해킹 표적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전문가들은 NPO마시노스트로예니야의 연료 기술 역시 북한이 관심 가질 만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달 첫 고체 연료 ICBM인 화성18호를 시험 발사했다. 고체 연료 ICBM은 액체 연료 ICBM과는 달리 사전 연료 주입이 가능하고 전시에 빠른 전개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탐지하기 어렵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액체 연료 ICBM은 우수한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오랜 연료 주입 시간이 약점으로 꼽힌다.
NPO마시노스트로예니야는 액체 연료를 앰플화해서 빠른 시간에 주입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싱크탱크 제임스 마틴 비확산 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국장은 "북한은 2021년 말에 똑같은 것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며 "NPO마시노스트로예니야가 북한에 한 가지 유용한 점이 있다면 그것(연료 기술)이 최우선 순위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