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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테마주, '그럴듯 하다'는 착각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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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규 증권부 부장
입력 2023-08-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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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규 증권부 부장
명진규 증권부 부장

이차전지와 초전도체 광풍이 휩쓸고 간 증시가 여전히 방향타를 못 잡고 있다. 연초만 해도 이차전지에 투자해 벌었다던 사람이 많았는데 요새는 그런 얘기가 싹 사라졌다. 시간이 지나면 벌었다는 사람보다 잃었다는 사람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2023년의 테마주 열풍은 1720년 영국 남해회사의 성공과 몰락과 흡사하다. 남미 노예무역을 위해 설립된 남해회사는 금융회사로 변신하며 1주당 100파운드였던 주가가 6개월 만에 1000파운드까지 치솟았다.

불과 몇달 전에 샀다면 10배가 넘는 수익을 얻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영국 전역에 퍼지면서 너도나도 남해회사 주식을 사며 투자 광풍이 본격화 됐다. 

영원히 오르는 주식은 없다. 위험성을 먼저 인지한 정부 관료들이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금까지 남해회사가 한다던 사업 상당수가 과장과 거짓임이 밝혀지자 모두가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1000파운드였던 주식은 124파운드까지 주저앉았다.

당시 남해회사에 직접 투자했다가 2만 달러(현재 약 20억원)의 손실을 봤던 아이작 뉴턴은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1999년 코스닥에 상장한 새롬기술은 같은 해 10월 1890원이었던 주가가 2000년 3월 초 28만2000원으로 약 150배 가까이 뛰었다. 회사는 적자였지만 주력 사업인 '다이얼패드'로 국제전화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주가 상승의 원인이었다.

새롬기술과 함께 IT테마를 찾아나서던 이들은 거대한 IT버블을 만들었다. 2000년 3월 코스닥 지수는 2925.5를 기록했다. 2000년 말 코스닥 시장은 버블이 사라지며 5분의 1수준인 520선으로 주저앉았다. 

주식시장 이상 급등에서 테마주에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현혹되는 이유는 '그럴듯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차전지 열풍은 전기차 보급률이 아직 8%에 불과하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에 형성됐다. 내연기관이 사라지고 전기차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관련 주식들이 크게 뛰었다.

희망과 현실은 다르다. 자동차 업계에서 바라보는 전기차 보급률은 생각보다 더디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전기차 보급이 2025년 연간 850만대, 2030년에는 연간 26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30년이 돼야 전체 자동차 시장의 4분의 1 정도가 전기차가 되는 셈이다.

2040년에는 54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부터 20년은 지나야 전기차가 신차 판매량의 절반을 넘기게 된다. 모두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볼 수 있는 소식들이다. 

테마주 광풍들을 들여다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 "테마만 옮겨 다니면 엄청난 수익을 보일 텐데" 하는 것이다. 아쉽지만 그렇게는 되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투자가라 불리는 워런 버핏은 항상 투자하는 회사의 '가치'에 투자하라고 말한다. 지금 눈여겨보고 있는 테마주에 그만 한 가치가 있는지 스스로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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