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13일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일본은행은 성급한 정책 전환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등 완화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BOJ는 2006년 3월 양적완화를 중단했다가 닷컴버블 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다시 완화정책으로 되돌린 경험이 있다.
이에 한은은 BOJ가 과거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한 이후 디플레이션 탈출에 실패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정책기조 전환에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행의 물가상승률 전망은 내년 1.9%, 내후년 1.6%로 물가목표를 여전히 하회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행이 임금상승을 동반한 인플레이션 상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내년 임금협상 결과를 통해 임금상승의 지속성을 확인하고자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한은은 일본의 대규모 완화정책이 야기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축소됐다고 봤다. 먼저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줄었다. 달러·엔 환율이 올해 들어 8.5% 상승했지만, 국제 유가 안정 등으로 수입 물가는 오히려 큰 폭으로 하락하고 무역수지 적자도 대폭 줄었다.
금융기관의 금융중개 기능도 원활히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등 저금리 환경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일본 시중은행의 대출 규모 증가세는 3%를 상회하는 등 양호한 수준이다. BOJ도 시중은행 금융중개 기능이 대체로 원활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익률곡선 제어(YCC) 정책 수정으로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부담도 완화되고 있다. BOJ는 지난 7월 YCC 정책을 수정해 국채 매입 금리를 1%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BOJ의 통화완화 정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내적으로는 엔화 약세에 따른 환율 변동이 주요 이슈로 꼽힌다. 통화완화 정책에 따른 엔화의 평가절하가 일본과 거래하는 국내 수출기업에 부정적인 평가를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일본 수출입 거래 기업의 33%는 엔화 하락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로 엔화 결제 비중이 높은 △플랜트·해외건설(67%) △철강·비철금속(44%) △기계류(38%) 등에서 부정적 영향이 높게 나타났다. 부정적 요인은 '일본 수출상품에 대한 수출 대금 감소'(56%)가 가장 많았으며 이어 '일본 상품 대비 가격경쟁력 하락'(26%), '수출대금 감소, 가격경쟁력 하락 모두'(14%) 순이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일본 경제 성장 모멘텀이 한국 대비 양호한 만큼, 엔화가 경제 펀더멘털상으로는 현재와 같은 약세를 지속하기 어렵다"면서 "하지만 펀더멘털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본 엔화의 약세가 일본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우리 수출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악순환 구조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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