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신흥국도 자국 통화로 대외자본 조달 가능"…원죄가설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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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3-08-1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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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일 '신흥국 원죄 소멸 원인 실증 연구' 제하 BOK 보고서 발표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은행본관 전경 20230222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은행본관 전경. 2023.02.22[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자본시장 발달과 물가안정 제고를 통해 자국 통화로 대외 자본 조달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4일 '신흥국 원죄의 소멸 원인에 대한 실증 연구(BOK경제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구는 신흥국이 자국통화로 대외자본 조달이 불가능하다는 '원죄 가설(Original Sin Hypothesis)'의 소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됐으며 한바다 한은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과장과 오태희·이장연 인천대학교 교수가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원죄 가설'이란 1999년 아이켄그린(Eichengreen) 교수와 하우스만(Hausmann) 교수에 의해 주장된 이론으로, 신흥국들은 자국 통화로 대외 자본을 조달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이론은 신흥국의 대외자본 조달의 구조적 취약성을 설명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으나 지난 2000년대 이후 20여년 간 신흥국 자국통화표시 대외부채 비중이 높아지면서 원죄 가설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한은이 국가 간 패널 회귀분석 결과, 선진국이 신흥국 통화표시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린 주 요인은 국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 채권시장 발달 영향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한 과장은 "실증분석에서는 공공부문 채권시장 규모와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신흥국 통화표시 채권 잔액은 강한 양의 관계를 갖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이 결과는 신흥국 채권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유동성이 개선돼 신흥국 채권시장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 데 기인한 것"이라고 봤다. 

또한 2000년 이후 신흥국들이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하고 물가안정성이 제고된 점 역시 채권시장 내 대외자본 유입 확대에 기여했다는 의견도 내놨다. 실제 물가가 물가 목표치에 근접할수록 해외투자자가 더 많은 신흥국 통화표시채권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과장은 "신흥국 채권을 보유한 해외투자자들은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 변동에 민감해 중앙은행 신뢰성을 중시한다"면서 "실증분석 결과 해외투자자들이 물가안정을 통화당국의 신뢰성의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JP모건이 2005년부터 발표하고 있는 정부 채권 신흥국 지수(Government Bond Index-EmergingMarkets, GBI-EM)도 신흥국 통화표시 채권에 대한 투자 증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자본이 JP모건의 GBI-EM 발표 뒤인 2006~2007년부터 신흥국 채권시장으로 본격 유입된 데다 GBI-EM 편입 이후 콜롬비아와 페루가 국채시장으로 급격한 자본유입이 일어난 점이 그 근거로 꼽혔다. 

한편 신흥국 주식시장의 자본유입을 대상으로 한 실증분석에서는 주식시장 규모와 유동성이 해외자본 유입 규모와 연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주식시장 규모(주식시가총액/GDP)가 클수록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잔액이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성공적인 물가 관리 역시 주식시장으로의 해외자본 유입을 촉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과장은 "자본시장 육성을 통해 유동성을 높이고 물가안정을 통해 중앙은행의 신뢰성을 확보할 경우 신흥국도 충분히 자국통화로 대외자본을 조달해 '원죄 가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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