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최근 50년 만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연령제한 논의 등 금융권 가계대출 옥죄기에 다시금 고삐를 죄면서, 보험권도 불똥이 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험권도 40~50년 주담대 상품을 운영 중인 데다, 가계대출 수요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약관(보험계약)대출 역시 증가세를 보여 이에 대한 제도개선 검토가 이뤄질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지난해 5월부터 4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내놓고 초장기 주담대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 들어선 한화생명이 은행권과 같은 50년 상품을 선보이며, 경쟁사들도 만기를 늘린 상품 출시를 검토한 바 있다. 보험사들은 은행권보다 대출 한도가 10% 정도 더 나온다는 점을 장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은행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40%로 제한된 반면 보험사는 5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당국이 '가계부채 관계기관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은행권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한 관리 강화에 나서자, 보험사들도 해당 상품군 운영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당국은 은행권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 규제에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으며, 필요 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 초장기 주담대에 연령제한을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시 되고 있는데, 만약 해당 정책이 도입되면 보험권 주담대 장기 상품들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나 은행권 주담대 시장이 경직될 경우 2금융권 내 보험권으로 대출이 쏠리는 풍선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여, 보험사 장기 주담대 상품에 대한 제도개선 검토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험권 가계대출 내 절반가량의 점유율을 기록 중인 약관대출에 대한 한도 축소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된다. 당국은 이달 가계대출 동향을 발표하면서 제2금융권 내 가계대출 감소폭이 둔화된 이유 중 하나로, 지난달 보험 약관대출 증가폭이 5000억원으로 전월 증가폭 대비 3000억원 늘어난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보험 약관대출은 가입한 보험의 해약환급금 50~90%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대출 심사가 필요없어 급전이 필요한 고객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중도 상환 수수료나 연체이자도 없다.
약관대출은 지난 2021년 관련 대출 잔액이 63조원 대를 보였고, 매 분기 해당 수치가 증가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생명보험업계 약관대출 잔액이 51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손해보험업계 약관대출 잔액까지 합쳐질 경우 해당 규모는 7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약관대출 역시 2금융권으로 대출이 쏠릴 경우 해지율 증가를 막기 위한 한도 축소 등 자체적인 선제 조치가 일 수 있다"며 "약관대출은 대출금 및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면 보험이 자동 해지되며, 한때 삼성화재와 신한라이프, 현대해상 등 일부사들이 한도 축소 등 관리에 나선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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