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부터 교사가 휴대전화 사용 등으로 다른 학생 학습권을 침해하는 학생에 대해 분리 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교사단체는 분리 학생 지도 책임을 명확히 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교원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과 '유치원 교원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안'을 발표했다.
서울 서이초에서 초등교사가 숨진 사건 이후 학부모 민원 등에 따른 교권 침해 피해에 대해 심각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교권 침해를 막을 학생 생활지도 범위와 방식을 담은 고시안을 마련했다.
이 부총리는 "교권은 교사 개인 권리가 아닌 교사가 적극적으로 교육활동에 임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라고 짚었다. 이어 "학생 학습권 보호를 위해 학교에서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업 방해 시 다른 학생과 '분리 조치'
고시안은 교사가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등 교원 수업권과 다른 학생 학습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학생 행위를 지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교사는 수업 중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학생에게 2회 이상 주의를 줬는데도 계속 사용하면 물품을 분리 보관할 수 있다. 물품 분리 보관을 규정하는 학칙은 학생·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한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다른 학생 학습권 보호를 위해 교실 밖으로 내보내는 등 분리 조치를 할 수 있다. 김태훈 교육부 교육복지돌봄지원관은 "그동안 학생 인권만 지나치게 강조된 탓에 책임과 의무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해 교권이 추락했다"며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조처는 아동학대에 포함되지 않는다.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지원관은 "교사들이 고시대로 생활지도를 하면 아동학대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지자체 아동학대 담당 공무원 등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한 조언·상담·주의·훈육·훈계 등에 대한 구체적 지도 방식도 정했다. 지금까지는 교원이 생활지도 과정에서 학생 발달 문제를 인식해도 학부모에게 전문검사나 치료를 권하기 어려웠다.
고시는 교원이 법적 정당성을 가지고 학부모에게 전문가 검사·치료 등을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보호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지 않고 권고에 따르도록 교원 생활지도에 대한 불응 시 조치 규정도 신설했다.
초중등교육법 대상에서 제외돼 교권 보호 사각지대에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 유치원 교원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안도 만들었다. 유치원 원장이 보호자의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 유아 출석정지·퇴학·보호자 교육과 상담 이수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했다.
"분리 학생 지도 책임 명확히 해야"
교사단체는 교육부가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학생을 분리할 수 있는 내용을 고시안에 담은 데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 실효성이 있으려면 분리된 학생에 대한 지도 책임을 명확히 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고시안에 교사노조가 간담회 등으로 전달한 내용이 적극 반영돼 있다"며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학생 분리 조치 등이 실효성 있으려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봤다. 교사노조는 "동료 교사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해당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크다"며 "분리된 학생 지도와 안전에 대한 책임은 학교장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고시가 시행되는 9월 1일 전후로 학교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어야 성공적 고시라고 할 수 있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어 "고시 제정을 통해 교원 교권과 학생 학습권이 보호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교총은 "다만 문제 행동을 한 학생에 대한 분리 장소와 시간, 학습 지원 등을 학칙으로 정하게 한 것은 교직원 간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별도 공간 마련과 추가 인력 확충, 지원 예산 확보 방안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