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단 한푼의 사익도 취한 바 없다"는 등 배임죄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의 정치적 탄압과 무리한 수사라는 입장이다. 검찰이 의혹의 정점에 이 대표가 있는지를 규명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일방적인 특혜가 아닌 대가성이 있었다고 본다면 검찰이 뇌물죄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날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소환했다. <관련 기사 21면>
이 대표는 검찰 출석에 앞서 청사 입구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서서 "저를 희생제물 삼아서 정권의 무능함·치부를 감추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정치를 펼치고 있다. 검찰 독재정권을 탄생시켰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검찰은 정치가 아닌 수사를 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폭정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단 한푼의 사익도 취한 바 없다"며 "검찰이 아무리 애를 써도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10번이 아니라 100번을 소환해도 당당하게 (조사)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출석하면서는 취재진에 "이런 무도한 일을 벌인다고 이 무능한 정권의 정치실패 민생실패가 감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이 성남시 차원이 아닌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토부의 지시가 있었던 사업이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5쪽 분량의 검찰 진술서 요약본을 공개하며 "백현동 용도 변경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와 국토부의 요구에 의한 것이고 국가가 그 혜택을 누렸다"며 "실무부서의 감정 결과에 따른 건의를 수용한 것"이라고 적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있던 2015년 백현동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부지 용도를 한 번에 4단계 상향(자연녹지→준주거지) 변경해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 참여를 배제해 민간 사업자가 결과적으로 3000억여 원의 분양이익을 얻도록 해줬다는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대표 등 성남시 수뇌부가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선대본부장을 지낸 최측근 김인섭(구속기소)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로비를 받아 민간 사업자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총 250여 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각종 인·허가 조건 변경에 동의‧관여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따져볼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 대표 소환과 관련해 "배임 동기나 인·허가 특혜 경위, 보고·승인·결재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이 대표의 배임 혐의를 다진 후 뇌물 혐의를 정조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혜를 줬다면 업무상 배임죄,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이 나타나면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다.
검찰은 성남시 수뇌부가 민간 사업자에게 막대한 이익을 몰아주고, 관련 이익을 제공받거나 약속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의 기본적인 것은 배임"이라며 "배임은 기본적으로 본인이 관리하는 회사의 이익을 포기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개인의 사익을 취한 게 있으면 뇌물"이라고 했다.
지난달 18일 열린 김인섭씨의 알선수재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정바울(구속기소) 아시아디벨로퍼 대표는 "김 전 대표는 200억원을 요구했고 이 중 절반은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에게 제공되는 것으로 알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기도 했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는 "백현동 사업은 대장동과 다르게 개발 이익 전체가 민간 사업자에게 제공된 것"이라며 "막대한 배임을 대가 없이 해줬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에 검찰이 대가성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추가로 규명해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특혜 제공 시점과 민간 사업자와 성남시 관계자들의 연락 시점 등 통화 기록을 토대로 제공 경위와 대가 여부를 확인하고, 이 대표 측의 진술을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수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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