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부터 서울시 정비사업장의 시공사 선정 시기가 앞당겨지며 114곳의 사업장이 시공사 선정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정작 서울시는 제도가 도입된 지 두 달째 관련 세부 지침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시공사 선정 조기화를 통해 사업 속도를 개선한다는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2월 시공사 선정 조기화를 발표한 지 반 년이 넘도록 관련 세부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시는 지난 2월 시내 모든 정비사업구역에서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한다고 발표하고, 3월에 도시·주거환경 정비 조례 개정안을 공포했다. 기존엔 정비사업장이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부터 시공사 선정이 가능했으나, 지난 7월 1일부터 조합설립인가 이후 바로 선정할 수 있도록 바뀌게 됐다.
그러나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 조기화를 도입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관련 세부지침은 마련하지 않아 조합들은 발이 묶여 있는 실정이다. 조합은 시공사 선정 시 서울시장이 별도로 정해 고시한 세부기준에 따라 설계도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준비 서류와 재투표 방법 등 세부 지침이 없어 섣불리 공고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시공사 선정 조기화를 통해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내려던 정비구역에서는 서울시의 세부지침 발표가 늦어지면서 사업이 사실상 멈춰 섰다는 불만이 나온다.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사 선정을 앞둔 한 정비사업장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지침을 주지 않아 지금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며 "조합설립인가 단계에서는 공사비 산출을 위해 어떤 설계를 적용할 것인지 등 여러 기준이 나와야 도면을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 한 재정비구역 조합 관계자도 "조합이 준비만 되면 시공사 선정이 바로 가능할 것처럼 발표해 놓고, 지침은 몇 달째 안 내주고 있다. 지금 사업시행인가를 안 받은 구역들은 서울시만 바라보고 있다"며 "서울시에 몇 번 문의해봤는데도 일정이 계속 연기되는 것 같더라"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시공사 선정 세부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업계 전문가와 함께 자문회의를 진행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서울시 주택정책실 관계자는 "아무래도 워낙 민감한 내용을 다루다 보니 세부 기준 관련 의견 수렴과 검토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며 "시공사 선정을 앞둔 조합들로부터도 세부지침 발표 시기 관련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 최대한 이달 중으로는 지침을 내놓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새 가이드라인에는 바뀐 여건에 따라 조합이 시공사 선정 시 갖춰야 할 조건과 시공사에 제공해야 하는 자료의 내용 및 기준 등이 담길 예정이다. 시는 공사비 분쟁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설계·시공 일괄 발주 방식 도입 △시공사 입찰 시 설계도면은 기본설계도면 수준 유지 △대안 설계 제안 시 정비계획 범위 안으로 한정 등 여러 안전장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에 따르면 현재 조합설립인가를 마친 서울시 내 정비사업장은 총 114곳이다. 시공사 선정을 앞둔 곳이 기존 사업시행인가를 마친 사업장(48곳)보다 2~3배 많아진 셈이다. 시공사 선정 시기가 빨라지면 조합이 사업 초기단계에 자금 조달방안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시공계획과 건축·교통심의 등을 동시 진행하는 등 사업진행에 추진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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