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중앙 화악산에는 강원 화천군과 경기 가평군을 연결하는 화악터널이 있다. 해발고도 870m 지점에 길이는 680m로 화악산(1468m) 중간 높이에 있는 터널이다. 사람들은 이곳을 오가며 서로 다른 양쪽 터널 주변 환경에 놀란다. 한쪽은 쉼터 같은 편안한 분위기, 다른 한쪽은 어수선해 위험한 분위기. 이렇게 서로 다른 분위기에 그들은 묻는다. “화천도 가평처럼 만들면 안 되나요?”라고.
이처럼 화악터널을 오가는 사람들이 묻는 이유가 있다. 얌체 차박과 캠핑을 위한 차량이 화천지역 화악터널 앞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를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매년 여름이면 빽빽이 주차된 차량으로 유원지를 방불케 한다. 주차된 차들은 일주일은 보통이다. 어떤 차는 한 달 넘게 도로를 차지하고 있다. 이 터널은 주말 기준 수백 대의 차량과 자전거가 통행한다.
이 때문에 운전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가평에서 화천으로 화악터널을 빠져나올 때 도로를 점령한 차량으로 인한 사고위험도 크다. 운전자들은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자마자 주차된 수많은 차량을 마주하면 당황하게 된다. 이때 차선이탈이나 중앙선 침범 등 추돌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터널 통행 운전자들은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자 갑자기 차와 사람들이 도로 옆에 많이 있으니까 당연히 깜짝 놀라지요”라며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렇게 사고위험 가능성이 큰 데도 터널 주변의 ‘알박기 캠핑족’은 누구에게도 제지당하지 않는다. 캠핑족들에게 터널을 통행하는 차량과 자전거의 위험성을 강조하면 오히려 “계곡의 방갈로가 불법이지 우리는 불법이 아니다”라며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느냐”고 되레 큰소리를 친다. 터널 주변은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한마디로 캠핑족 세상이다.
화천군은 안전 문제와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지만 이를 제지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다. 화천군 주차관리 관계자는 이를 제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상 백색실선은 자동차나 캠핑카를 주차하지 못하도록 단속할 규정이 없어 강제성이나 문제로 삼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화천경찰서 역시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백색실선을 따라 길게 늘어선 주차 차량 탓에 통행 차량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지만, 마땅히 제지할 방법이 없다. 교통계 관계자는 “백색실선은 주정차할 수 있다”면서도 “차량 흐름이나 통행에 방해가 된다는 민원이 발생하면 계도 후 단속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와 달리 가평군은 가평지역 화악터널 앞에 쌈지공원을 조성했다.
이 지역은 쌈지공원이 들어선 이후 전혀 다른 풍경이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공원의 전망대에 올라 푸른 산으로 둘러싸인 가평지역의 경치를 감상하고 밤에는 별을 구경한다. 낭만을 즐기는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곳도 한때는 캠핑족과 등산객, 별구경 하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불법 쓰레기를 단속하는 데 많은 행정을 낭비했었다.
이에 가평군은 공원 조성으로 방문객들의 불법행위를 양성화했다. 이는 불법, 무질서 행위를 근절하게 하고 탐방객들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했다. 쌈지공원에서 만난 한 등산객은 공원 환경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삼성동에서 아내와 함께 화악산 등산을 왔다는 강모씨는 “주차하기도 좋고 등산객이 쉬어갈 수 있게 잘 만들어 놓았다”고 칭찬했다.
지역 상권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가평군 관계자는 “공원이 조성되기 전에는 캠핑족이나 별을 보러 온 외지인들이 버린 쓰레기로 민원이 많았어요. (쓰레기) 치우기도 힘들었고요”라며 “지금은 우리 지역 이미지도 좋고 또 구경하고 나서 밥도 사 먹고 잠도 자고 가니까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요. 주민들도 그렇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한반도 정중앙에 있는 화악산은 구석구석의 이끼 낀 큰 바위와 나무들이 태고의 신비 속에 갇힌 느낌을 준다. 접근성이 불편한 탓도 있지만 그래서 더 한적하고 더 여유로운 여행지이기도 하다. 이에 화악터널 불법주차를 근절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불법 캠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화악산 일부 지역을 양성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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