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상무장관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협력할 의지를 나타냈다. 관계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양국 경제 의존도가 여전히 상당한 가운데 미국이 "안정적인 관계"를 강조하자 중국은 “함께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관광, 기후변화 등에서는 접점 찾기에 성공할 수 있으나 반도체 규제, 광물 수출 통제 등 핵심 사안에서는 합의점을 찾는 데 난항을 겪을 것으로 봤다.
“진전 이룰 수 있다”는 美 장관에 中 “노력할 준비됐다”
28일 로이터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이날 카운터파트인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회담하면서 “세계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러몬도 장관은 미국은 건전한 경쟁을 추구하며 중국 경제 발전을 방해할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가 미국과 중국이 안정적인 경제 관계를 유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양국 간 연간 교역액은 7000억 달러 이상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관계는) 복잡하고 도전적인 관계로, 물론 우리는 특정 사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우리가 직접적이고 개방적이며 실용적으로 접근한다면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러몬도 장관은 “우리(미·중)는 양국 관계에 더욱 일관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정보 교환과 실무그룹을 구축하기 위해 여름 동안 협력해 왔다”며 수출 통제 등을 다룰 실무그룹 구성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왕 부장은 “중·미 경제 관계는 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도 중요하다”며 “미국과 중국 기업을 위해 더 유리한 정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반도체, 희귀 광물 수출 제한 등 서로를 겨냥한 규제 조치 등과 함께 의사 소통 채널 구축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러몬도 장관은 중국 공산당 서열 2위인 리창 총리도 만날 예정이다.
미국 정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은 미국 상무부가 최근 27개 중국 기업·단체를 ‘잠정적 수출 통제 대상’ 명단에서 제외한 점 등을 거론하며 “양국 정부 간 의사 소통 재개에서 러몬도 장관 방중은 추가 진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전'은 관광 정도에 그칠 것이란 평도
미국 기업들이 중국 내 사업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만큼 이번 러몬도 장관 방중이 양국 관계를 개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일부 외신은 평했다. 경기 회복에 난항을 겪는 중국 역시 외국인 투자를 되살리고 미국 경제 제재가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다.그러나 비관론도 상당하다. 올해 중국을 방문한 미국 고위급 관료들은 의사 소통 개선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러몬도 장관 역시 빈손으로 미국에 돌아갈 수 있다.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미·중 실무그룹 가능성에 연일 비판을 제기하자 러몬도 장관은 방중 전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국가 안보와 관련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관광 활성화, 기후변화 논의, 중국 항공사의 미국 보잉 항공기 구매 재개 등 협상에서는 진전이 있을 수 있으나 핵심 사안인 반도체 규제, 광물 수출 통제 등에 있어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것으로 봤다.
쭝위안 조이 류 미국외교협의회 연구원은 블룸버그TV와와 인터뷰에서 “양국의 우선순위가 다르다”며 “중국은 아마도 수출 통제를 추가로 완화하고 중국산 상품에 관세를 끝내는 데 매우 관심이 있을 것이지만 이 중 러몬도 장관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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