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교육 때리기가 더 거세졌다. 이번엔 유치원이 타깃이 됐다. 특히 영어유치원같이 취학전 아동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과정 선행학습을 시키는 고급 사립유치원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2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격) 상무위원회 제5차회의에서는 '취학전 교육법' 초안을 1차 심의했다. 총 8장 74개 조항으로 이뤄진 이 법은 만 3세 이상의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유치원 등 교육기관의 지나친 영리 행위 추구를 막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초안에 따르면 미취학 아동에 대해 입학 전 신체검사 이외 다른 어떠한 형식의 시험 테스트를 할 수 없다. 유치원은 놀이·게임 위주로 커리큘럼을 진행해야 하며, 초등학교 교과과정을 선행학습 해서는 안된다. 사실상 영어유치원같은 고급 사립 유치원의 교육과정을 엄격히 단속하겠단 의미다.
초안은 또 취학전 교육사업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설립하는 것을 위주로 해야 한다며, 재정경비나 국유재산 등으로 영리 유치원을 설립하는 것을 금지했다. 기업 자본이 인수합병 등을 통한 지분 참여로 공립유치원이나 비영리 사립유치원을 통제하는 것도 금지하고, 유치원은 직간접적으로 자본시장에 상장할 수도 없도록 했다.
이밖에 유치원 교사·직원 채용시 교육 행정부처에 보고하고 배경조사와 신체검사를 진행해 아동의 심신 건강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채용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법안 제정은 학생의 학업 부담과 학부모 사교육비 부담, 두 가지를 줄인다는 이른바 '솽젠(雙感)' 정책으로 불리는 중국의 사교육 규제와도 관련이 있다. 화이진펑 중국 교육부 부장도 "취학 전 교육기관은 여전히 불평등·불충분하며, 입학이 어렵고 비싸다는 문제가 존재한다"며 이번 취학 전 교육법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1년 7월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의무교육 과정인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어·영어·수학 등에 대한 사교육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마련했다. 특히 사교육 기관은 모두 비영리 기구로 등록하도록 해 사실상 영리행위를 막았다. 학생들의 학업 부담과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이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실제로 중국 유치원 학비는 비싼 편이다. 중국 공립유치원 학비는 한해 1만 위안 미만, 사립유치원 학비는 한해 평균 1~2만 위안 이상, 국제유치원은 평균 10만~20만 위안(약 36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2분기 기준 중국인 1인당 가처분 소득은 8802위안(약 160만원)에 불과하다. 중국 경기 불안 속 오히려 전 분기(1만870위안)보다도 줄었다.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는 것도 학부모로선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아이 낳기를 꺼려하는 부부가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중국의 출생아 수는 1523만명으로 196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총인구 대비 출생아수 비율인 출생률 역시 사상 최저인 1.09%로 떨어졌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이 중국 경제에 충격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최근 중국 각 지방정부마다 육아휴직 확대, 출산 장려금이나 보조금 지급, 주택 구입비 지원 등과 같은 혜택을 쏟아내 출산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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