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신임 대표가 "역량이 있으면 나이·직급에 관계 없이 '핵심인재(고수)'로 우대할 것"이라며 연공서열을 중요시하던 KT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임을 예고했다. 이를 위해 임원들에겐 고객·역량·실질·화합 등 네 가지 핵심 키워드를 주고, 직원들에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핵심인재가 될 것을 주문했다. 핵심 인재를 양성할 방안으로 연 2회 사내 역량 평가를 도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 KT 분당사옥에서 최장복 KT 노조위원장, 서창석 네트워크 부문장(사내이사), 신입·중견사원 등 임직원 약 40명이 참석한 가운데 타운홀 미팅 형태로 취임식을 진행했다.
행사에서 김 대표는 "지난 5주 동안 KT와 주요 그룹사 경영진을 만나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며 "경영공백 해소를 위해 인사·조직개편을 가능한 빠르게 진행할 것이지만, KT 사람들 모두 훌륭한 직장관을 가진 만큼 (이 분들과)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정리해고 등 인위적인 조직 다운사이징은 없을 것임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김 대표는 취임 전부터 임원들에게 강조하던 네 가지 경영 키워드를 공식 언급했다.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고객'이다. 그는 "약 39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며 언제나 고객을 머릿속에 최우선으로 뒀다"며 "고객 요구(니즈)와 불편함(페인포인트)을 우선 파악해야 본업인 통신을 포함한 정보통신(ICT) 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는 '역량'을 언급했다. 고객 지원을 위해서는 전문성을 높여야 하며 특히 네트워크 운용 안정성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KT 직원들은 김 대표가 시험 성격의 역량 평가를 제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KT 직원은 "기존 KT 직원 평가 방식은 상급자가 많은 권한을 쥐고 있어 하급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었는데, 역량 평가 도입으로 공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신 개발자·스태프로 이원화된 IT 서비스 기업 방식 대신 다양한 업무가 공존하는 KT만의 평가 방식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현재 KT에 필요한 것으로 ‘실질’을 꼽기도 했다. 주요 임원들에게 "숫자를 만들기 위해 적당히 타협하지 말고 내실을 다지고 미래 성장 에너지를 쌓고 있는지 지속해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KT와 KT 광역본부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돈을 써서라도 매출 확대를 최우선시 하는 사업 기조'를 타파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KT 사내 분위기 안정화를 위한 '화합'을 강조했다. 화합은 리더가 단기 외형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분명한 지향점을 가지고 동료들을 상호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게 김 대표의 경영 철학이다.
김 대표는 "기업 문화가 기업의 전부다. 함께 혁신하고 성장하고 보람을 나누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은 기업 매출·영업익 증가와 임직원 처우 향상이 함께 진행돼야 가능하다. '함께'를 늘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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