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사이에 주주환원 정책 기조가 확산되는 가운데 증권사들도 주가 방어 또는 부양 목적으로 자사주를 활용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주환원보다는 경영권 방어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중 상장 20개사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자사주 비중이 가장 큰 곳은 부국증권이었다. 부국증권 자사주 규모는 전체 발행 주식 수(1036만9886주) 대비 42.73%(443만764주) 수준이다.
증권사가 보유한 자사주(보통주 기준)는 평균 9.91%라는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이어 신영증권이 전체(938만6237주) 대비 36.20%(339만7836주)로 둘째로 높았다. 대신증권은 1483만3465주로 전체 발행 주식 수(5077만3400주) 대비 29.22%로상위 3개사에 이름을 올렸다.
미래에셋증권, 유화증권, SK증권은 자사주 비중이 각각 22.48%, 19.31%, 12.42%로 비교적 높은 편에 속했다. 대체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증권사들보다 오너 체제를 고수하는 증권사의 자사주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비중이 가장 높은 부국증권은 2000년 초 자사주 지분이 18%에 불과했다. 지속적으로 매입해 현재까지 2~3배 비중을 늘린 것이다. 취득 원가로만 따지면 보통주 581억원, 우선주 3억6048만원이다. 부국증권은 현재까지 자사주 소각을 단행한 적이 없다. 향후 적절한 시기에 처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영증권도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 넘도록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당초 7% 수준에서 829억원(우선주 992억원)을 들여 전체 비중이 5배를 넘어섰다.
대신증권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2202억원 규모에 이르는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2002년 9월 한 차례 자사주 소각이 이뤄졌다. 대신증권은 자사주 대부분을 임직원 상여금 지급에 활용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를 낸다. 많은 증권사들이 주주환원책으로 활용한다.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해 경영권 보호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자사주는 평시에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 양도 후 의결권이 생기기 때문에 인수합병 발생 시 우호세력에 자사주를 넘기기도 한다.
부작용도 있다. 회사가 인적 분할 시 기존 자사주에 신설회사 신주를 배정할 때 대주주가 추가 출연을 하지 않고도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대주주가 사적 이익을 위해 자사주를 활용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연내에 ‘상장기업 자사주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자사주 제도가 주주환원 외 대주주의 사적 이익, 우호 지분 확보에 활용되면서 일반주주 권익 침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주주 보호 필요성과 기업 경영권 방어 수요를 균형 있게 고려한 ‘상장기업 자사주 제도 개선 방안’을 연내에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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