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대로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달과 다음 달에 다시 3%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전체 물가의 상승 폭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 휘발유·경유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데다가 폭염과 폭우, 추석으로 농산물 가격이 불안해진 결과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 넘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5.2%에서 2월 4.8%, 4월 3.7%, 6월 2.7%로 점차 둔화하는 양상이다. 지난달에는 2.3%로 2021년 6월(2.3%) 이후 25개월 만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 폭 확대 배경으로는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가격의 급등이 꼽힌다. 한 달 전 1500원대였던 휘발유 가격이 최근 1700원대로, 경유 가격은 1400원 내외에서 1600원대로 치솟았다.
휘발유·경유 가격은 그간 물가 상승 폭을 좌우하는 주된 요인이었다.
물가 상승률이 6.3%까지 오른 지난해 7월 휘발유·경유의 물가 기여도는 1.32%포인트였다. 물가 상승분의 5분의 1은 휘발유·경유 가격의 상승이라는 의미다.
당시 휘발유 물가는 1년 전보다 25.5%, 경유는 47.0% 각각 급등했다.
반면 물가 상승률이 2.3%까지 내려간 지난달 휘발유·경유의 물가 기여도는 -1.34%포인트였다. 휘발유가 1년 전보다 22.8%, 경유가 33.4% 각각 하락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1%포인트 넘게 끌어내렸다.
국제 유가가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휘발유·경유 상승세는 다음 달에도 이어질 수 있다.
지난달 집중호우에 따른 농작물 피해와 추석 성수품 수요 등도 시기가 맞물려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채소류 물가는 폭우의 영향으로 1년 전보다 7.1% 급등했다. 일부 품목은 최근 정부의 할인지원 등으로 하락했지만, 배추·시금치 등의 가격은 한 달 전보다 52.5%, 34.3% 올랐다.
여기에 9월 말 추석 및 김장철을 앞두고 수요가 몰리면 먹거리 가격은 더 뛸 수 있다.
가공식품·외식 서비스 등의 체감물가 역시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가공식품과 외식서비스 물가는 각각 6.8%, 5.9%로 전체 물가 상승률의 2~3배를 웃돌았다.
다만 정부는 10월부터는 물가 상승률이 다시 2%대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분이 기저효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가스·수도의 물가 기여도가 9월 0.48%포인트에서 10월 0.77%포인트로 커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5.6%에서 10월 5.7%로 확대된 바 있다.
추석이 지난 뒤 농축수산물 등의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한 요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유가가 굉장히 가파르게 올라 (물가 상승률이) 8·9월에는 3%대 초반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10월 이후로 다시 2%로 돌아와 평균 2%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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