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이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도 가계대출을 점검하겠다며 칼을 빼 들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4일부터 7일까지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11일부터 14일까지는 케이뱅크를 대상으로 가계대출 현장점검을 진행한다. 금감원이 인터넷전문은행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점검 내용은 △여신 심사의 적정성 △리스크 관리 △주담대 서류 평가 시스템 등으로 알려졌다. 주택담보대출은 평가해야 할 서류가 많은데 비대면으로 대출을 심사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상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신파일러(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에게 자금을 공급한다는 정책적 목적이 있는데 지금과 같은 주담대 쏠림이 제도와 합치되는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있다”며 “이런 것도 점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올해 초부터 주담대 공급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정해진 중·저신용자 비율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담보가 있어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주담대가 안정적인 수입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말 13조296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7조3220억원으로 4조260억원(30.3%)불어났다. 케이뱅크도 같은 기간 2조2930억원에서 3조7000억원으로 1조4070억원(61.4%) 급증했다. 토스뱅크가 아직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에서만 상반기에 주담대 잔액이 5조4330억원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13일 50년 만기 주담대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는 소식에 대출잔액이 크게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담대 잔액도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3일부터 24일까지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이 1조872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 압박에 인터넷전문은행도 부랴부랴 주담대 문턱을 높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5일 만 34세 이하 청년층만 50년 만기 주담대를 받을 수 있도록 연령 조건을 추가했다. 이후 실제 만기는 50년이지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계산할 때는 만기를 40년으로 축소해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을 줄이라는 당국 지침도 전달됐다. 지난달 30일부터는 주택구입자금 주담대 대상을 무주택자로 제한해 주담대 허들을 높이고 있다.
금감원은 인터넷전문은행뿐만 아니라 5대 은행 가계대출 상품 판매 실태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미 지난달 24~29일 하나은행을 점검했고 이달 KB국민은행(4~7일), 우리은행(11~14일), 신한은행(18~21일), NH농협은행(19~22일)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취급 실태 종합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점검 내용은 △대출 규제 준수 여부 △담보 가치 평가·소득 심사 등 여신심사 적정성 △가계대출 영업전략·관리체계 △고정금리·분할 상환 방식 등 질적 구조 개선 관리 현황 △가계대출 관련 IT(정보기술) 시스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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