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 성장세 둔화가 가시화하며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변국들로 파장이 번지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이날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이웃 국가들이 소비자 수요 감소와 제조업 둔화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의 제조업 부진은 약 반 세기 만에 최장기간으로 길어졌고 동아시아의 다른 수출대국들도 수요 둔화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언급했다.
FT는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한국의 경우 역내 기술 공급망의 향방을 보여주는 '전조'(bellwether)로 간주하는데, 컴퓨터칩 대중국 수출 감소로 인해 7월 수출이 3년여 만에 가장 급격히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 1일 나온 한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보면 8월 공장 활동이 14개월 연속 감소해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고 부연했다.
FT는 일본 역시 5개월 연속 둔화세를 보이고 있고 대만에서도 공장 생산량 감소와 해외 수요 감소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시아와 호주 등도 이러한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FT는 설명했다.
중국 전문 리서치 업체 게이브칼의 빈센트 추이 애널리스트는 무역·금융 허브인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발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3%와 9%를 차지, 위험 노출도가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섬유·신발·전자제품 등을 주로 생산하는 베트남은 올해 2분기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고, 말레이시아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2년 사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태국도 국내 정정 불안에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겹치며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호주도 자국 화폐의 미국 달러 대비 통화 가치가 10개월 이래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중국발 충격을 피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추이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재채기를 하면 아시아가 감기에 걸리는 셈"이라며 "중국 정책 결정자들이 경기부양으로 침체한 성장을 촉진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 따른 결과를 역내 전체가 느끼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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